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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수용지역 '화끈한' 인센티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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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충북 청주시 흥덕구 휴암동 7통 주민 김모(54.농업)씨는 얼마 전부터 자신도 이른바 '웰빙족'에 포함되는 날을 은근히 기다린다. 2007년이면 찜질방에서 피로를 풀고 수영장과 헬스장에서 체력도 다지고 파란 잔디구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마을 인근에 광역소각장이 조성되면 이 같은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화장장.쓰레기 소각장 등 혐오시설을 건립하면서 다양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혐오시설은 이제 지역 주민에게 '무조건 반대'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 유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청주시는 휴암동에 소각장을 짓는 대신 목욕탕 등 편의시설, 골프연습장.잔디구장 등 다목적 체육시설 등을 지어주고 그 운영권과 수익처분권을 모두 맡기기로 했다. 소각장이 가동되면 이들 143가구 주민들의 연간 수입은 소각장 운영 수수료의 10%(연간 3억원 추정)를 포함, 약 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변 강서동까지 포함해 인근 지역의 농로 포장, 상하수도 설치에 내년까지 100억원이 투입된다. 이 마을 주민들은 소각장이 완공될 경우 취업까지 보장돼 인근 주민들로부터 '선택된 시민'이라는 부러움을 살 판이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삼산부락은 올 연말께면 마을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하수도가 새로 깔리고, 폭 6m이던 진입로는 36m로 넓어진다.

여기에다 낡은 가옥도 모두 현대식 가옥으로 바뀐다. 마을 안에 전주 광역 쓰레기소각장을 유치하기로 하면서 생긴 변화다. 시는 이 마을(47가구)에 50억원을 내놓아 이미 가구당 5000만원씩을 나눠줬으며 소득기반용 1t짜리 트럭도 사줄 예정이다. 최병열(43)협의체 위원장은 "이 같은 인센티브에 주민들이 소각장을 유치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공사와 관련해 민원 제기는커녕 오히려 솔선수범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원도 양양군은 340억짜리 폐기물종합처리장 사업에 75억원을, 충남 연기군은 206억짜리 쓰레기매립장 조성에 60억원을, 충북 충주시는 138억원짜리 화장장에 92억원의 인센티브를 각각 내걸어 주민 설득에 성공했다.

또 3년 전 개장한 수원의 화장장은 주민이 장례식장 운영권을 갖고 연간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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