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연구에 노벨상 걸렸다…반도체보다 집적도 최고 1만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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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탄소 (炭素)가 뜬다. '

최근 세계 과학계에서는 탄소 나노튜브 연구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물질이 85년 발견된 풀러렌 (일명 버키볼 : 탄소 60개로 이뤄진 축구공 형태의 물질.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함) 의 인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성급히 점칠 정도다.

탄소 나노튜브란 탄소로 이뤄진 지름 1나노미터 (㎚.10억분의 1m) 수준의 튜브형 물질. 기존 분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모양과 성질을 지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한껏 유발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지름이 아주 작은데 비해 길이는 직경의 만배에 이를 만큼 길다는 것. 또 모양을 바꾸면 반도체가 되기도 하고 도체 (導體.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가 되기도 한다.

다이아몬드.버키볼.나노튜브는 모두 탄소로 이뤄졌으나 배열.결합구조가 달라 성질이 제각각이다.

탄소 나노튜브가 처음 발견된 것은 90년. 버키볼을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의 부산물로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이를 처음 '제조' 한 주인공은 한 일본의 과학자. 최근엔 미국 라이스대학의 스몰리 교수 등이 두 개의 흑연봉 끝을 날카롭게 깍아 방전시켜 이를 대량 생산하는 법을 개발했다.

스몰리교수는 버키볼 발견으로 96년 노벨화학상을 탄 세계적인 학자. 탄소 나노튜브가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93년 일본 NEC의 오시야마박사팀이 이를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이후부터. 현재의 기술로는 한계에 이른 반도체의 집적도를 천배~만배 가량 높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나노튜브는 초전도 물질로의 가능성도 점쳐지는등 지난해 미국 과학계의 10대 연구토픽에 들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언젠가 나노튜브에서 노벨상이 나올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탄소 나노튜브 연구에는 국내학자의 기여도 적지 않다.

이 분야 연구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전북대 이영희 (李永熙.물리학) 교수도 그 중 한 사람. 李교수는 지난해 세계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인 '피지칼 리뷰 레터' 를 통해 나노튜브가 지름에 비해 괴상하리만큼 길다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임지순 (任志淳.물리학) 교수가 미국 버클리대팀의 연구에 공동참여해 모양이 또다른 나노튜브도 반도체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나노튜브는 현재 탄소 외에도 탄소와 질소화합물, 여기에 또 붕소까지 섞은 화합물 등으로도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는 등 연구영역이 끝없이 늘어나는 추세.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가장 실리기 쉬운 논문이 나노튜브에 관한 것이라는 말도 나돌 정도. 그러나 버키볼이 그렇듯 나노튜브도 보통 사람들이 실용화를 실감하는 때는 다음 세대 이후가 될 것이라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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