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오래 남을 트렌디 드라마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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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순정 만화계의 전설인 '풀하우스'가 원작, 대본은 '옥탑방 고양이'의 민효정, 젊고 잘생긴 인기 배우와 가난하지만 솔직발랄한 소설가의 사랑 이야기. 계약 결혼이라는 자극적인 설정, 한적한 섬 바닷가에 지어놓은 13억원짜리 호화 주택 세트장. 여기에다 주연이 인기 절정의 스타 비와 송혜교라면? 아무리 봐도 '파리의 연인' '황태자의 첫사랑'에 이은 또 하나의 여름용 신데렐라 스토리 같다.

우울하면서도 섬세한 '거짓말''바보같은 사랑''푸른 안개''고독'같은 작품으로 열혈 매니어를 거느린 '작가주의 PD' 표민수(41.사진)도 이젠 시청률 잡기에 나선 것일까. 오는 14일부터 방영하는 KBS 수목 미니시리즈 '풀하우스'의 세트가 그림처럼 서 있는 인천시 옹진군 신도에서 만난 그에게선 '타협'의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경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슬픈 것을 슬프게 그리려면 밝은 것을 밝게 그릴 줄 알아야 하잖아요. 기쁜 건 기쁘게, 아픈 건 아프게."

슬프고 묵직한 자신만의 색깔을 버리는 데 대해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만난 주연 배우들은 표PD의 전작들을 잊지 못했다. '상두야 학교 가자' 이후 한동안 드라마는 안하겠다던 비는 "표민수 감독님의 '고독'을 잊지 못해 무조건 한다고 했다"고 출연 이유를 털어 놓았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악역 이미지를 떨치겠다던 한은정도 '거짓말'을 감명 깊게 봐서 송혜교의 대칭점에 놓이는 역할을 흔쾌히 수락했단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표PD는 한은정에게 표독스러운 눈빛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화려한 볼거리라고 생각했던 대형 세트도 군중 속에서 고독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불륜마저 가슴 시릴만큼 맑고 아프게 그린 그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러브 액추얼리'를 재미있게 봤다는 말에서 드라마의 색깔이 짐작된다.

"트렌디 드라마이지만 5년 뒤에 봐도 참 재미있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입은 형광 분홍색 점퍼가 눈이 시리도록 환했다.

신도=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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