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영화감독 김기영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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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원로 영화감독 金綺泳 (78) 씨가 5일 오전3시쯤 서울명륜동1가 자택에서 난 불로 부인 金有鳳 (69.치과의) 씨와 함께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경찰은 金감독의 집에서 2주전 전기공사를 해 누전에 의한 화재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중이다. 유족으로는 金東遠 (기산개발 대표) 씨 등 2남1녀가 있으며 발인은 7일 서울중앙병원에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02 - 489 - 3299. 金감독은 초현실주의.표현주의 화법을 구사한 보기드문 스타일리스트였다.

오랫동안 소수 영화팬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던 그의 작품세계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이 열리면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11일부터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에서 '하녀' (60년) 등 4편이 상영되는 특별전도 그같은 관심이 낳은 결과다.

특히 그는 '하녀' '화녀' (70년) '충녀' (71년) 로 이어지는 연작에서 산업화 과정의 사회변화와 마찰하는 가부장적인 가정의 허상을 환상과 상징이 가득찬 음산한 화면으로 드러내 그에게 '한국 최초의 컬트영화 감독' 이라는 수식어를 붙게 했다.

서울대에서 치과의를 전공하고 연극반을 창립하기도 한 金감독은 한국전쟁중 '대한뉴스' 를 만드는 일에 관여한 게 계기가 돼 55년 '주검의 상자' 로 데뷔했다.

이후 연출 외의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3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현재 영화인협회 이사장인 김지미씨가 명동거리에서 그의 눈에 띄어 '황혼열차' (57년) 를 통해 데뷔했고 간판스타 안성기도 59년 '십대의 반항' 에서 주연을 맡아 일반에 알려졌다.

84년 '육식동물' 이후 활동을 안했으나 최근 신작 '악녀' 를 준비하며 복귀를 꿈꿔왔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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