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세상보기]대통령 흉보지 맙시다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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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 6월7일의 '세상보기' 는 비록 대통령이 국민의 골칫거리가 되더라도 흉을 보지는 말자고 했다.

끊임없이 성희롱 사건을 일으키는 (클린턴) , 자꾸 사과하는 (YS) , 병약한 (옐친) , 제 꾀에 넘어간 (시라크) 대통령이 문제이긴 하나 그들도 나름대로 장점이 많은 사람들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한번 대통령 흉을 보지 말자는 얘기를 안할 수가 없게 됐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에 폴라 존스에게 성희롱을 한 혐의로 고소당한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문제의 존스양과 법정에서 대질신문을 가졌다.

클린턴은 그녀와 만난 기억이 없고 성희롱을 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하는 등 위기를 잘 넘긴 것 같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백악관 우편실에 근무하던 인턴 여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질문받았던 것이다.

쥐도 새도 모를 줄 알았던 이 관계는 며칠 후 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폭로됐다.

르윈스키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인데 그 그렇고 그런 사연이 너무 야해 먼저 취재한 뉴스위크지가 보도를 하지 못하고 멈칫거리다가 특종을 놓치기도 했다. 르윈스키의 입놀림에 따라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의 궁금증을 모아본다.

1.클린턴은 르윈스키와 성적 관계를 가졌나. 클린턴 자신은 어떤 성적 관계도 갖지 않았으며 르윈스키에게 사실을 부인하라고 거짓말도 종용하지 않았다고 잡아뗐다.

해괴하게도 르윈스키 자신도 '삽입'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성교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2.클린턴은 위기를 탈출했나.

지금으로선 그렇다.

그러나 미국 언론이 어느 정도 물고 늘어질지, 폴라 존스의 변호사들이 클린턴의 여죄 (餘罪 = 女罪?) 를 어느 정도 추궁할지, 화이트워터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가 과연 괴력을 발휘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고 보니 클린턴은 여난 (女難) 말고 탈세혐의도 조사받고 있구먼. )

3.클린턴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야말로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흥분한 언론들이 이 망측한 얘기를 여과없이 연일 대서특필한 것이 오히려 국민의 식상을 산 것 (클린턴은 냄비언론에 감사해야 한다) .경제가 공전의 호황을 누린 나머지 미국이 드디어 흑자예산을 짜게 된데다 이 흑자를 사회복지에 쓰겠다는 클린턴의 연설이 전국을 감격시킨 것. (바람둥이라도 좋다.

경제만 살려다오. )

4.미국 대통령은 특별한 사람인가.

아니다.

보통사람 (남자) 이다.

점잖은 카터조차 예쁜 여성에게 야릇한 눈길을 준 적이 많다고 고백했다.

어느날 링컨 대통령이 보통사람들의 파티에 참석했다.

사람들이 보통사람 같다고 수군대자 링컨이 말했다.

“보통사람이 좋습니다.

조물주가 제일 많이 만들어낸 사람이 보통사람 아닙니까.”

5.그러나 클린턴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가 섹스중독자라는 소문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단다.

“사람은 누구나 중독된다.

어떤 사람은 권력에, 어떤 사람은 마약에, 어떤 사람은 섹스에.” (혹시 그는 이 세가지에 다…)

6.미국 대통령은 언제 쫓겨나나.

미국 헌법 제2조. 대통령은 탄핵을 받거나 유죄판결을 받으면 자리를 물러난다.

이 두 요건의 내용은 반역.뇌물.중범죄.비행 (非行).

7.클린턴은 쫓겨날까.

글쎄 아까 말한대로 위기탈출의 요건이 뒤집히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미 국민이나 세계 여론이 바람난 계집애 하나 건드렸다고 막중한 미국 대통령 자리가 흔들거려서야 되겠느냐는 정서가 있는 한 그렇게는 안될…. (어째 결론이 씁쓸하구먼. 그러니 대통령 흉보지 맙시다.)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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