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수사가 미진해 걱정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2면

검찰이 어제 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구속 중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뒷전에 밀렸던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설(說)의 실체가 앞으로 속속 밝혀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전방위로 넓어지는 수사 영역에 비례해 수사 실적도 내실을 다져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논란에 대한 검찰의 태도다. 전직 대통령을 꼭 구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견해를 물은 것도, 총장이 골방에서 독단으로 결정하는 방식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우리는 양해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후 일주일째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검찰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정치적 쟁점의 한가운데에 들어서버린 모양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부실한 탓에 자세가 어정쩡해졌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해 그동안 검찰이 제시한 것들은 대부분 정황 증거다. 어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간접 증거, 간접 사실을 다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 자료부터 받아 보고, 부인 권양숙 여사를 다시 부를 것인지도 검토할 것이라는데, 이런 식이라면 부지하세월 아닌가. 검찰이 과연 공소 유지만큼은 자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반의 걱정과 회의도 그래서 불거지는 것이다. 검찰이 차일피일하는 것은 구속 요건인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자인하는 꼴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장을 청구할 명분도 빛이 바래는 것이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 수사 방식에 대해서는 예단을 갖고 있지 않다. 검찰과 법원이 법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고 믿는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불법자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죄를 지었는지 안 지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지난해 12월 박연차 회장이 구속된 지 벌써 5개월이다. 다른 곳도 아닌 대검 중수부가 그동안 국민의 궁금증 하나 제대로 풀어주지 못하면서 정치적 논란만 일으키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중심 잡고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