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철 기자의 ‘클로즈 업’] 솜털 우산 아래 지친 날개를 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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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week& 레저사진을 맡고 있는 조용철 기자가 포토에세이를 연재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크게 찍어낸 사진들입니다. 카메라 렌즈로 보면, 세상은 작은 것도 큰 것도 평등합니다.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들판의 민들레는 그 흔한 들꽃 중에서도 흔하디 흔한 것이지요. 강화도 국도변을 지나다 우연히 흰 민들레가 피어난 걸 보았습니다. 노란 민들레 사이에 피어난 흰 민들레가 신기해서 엎드려 렌즈를 들이댔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핀 민들레 홀씨에 무당벌레가 폴짝 날아드네요. 흰 솜털 속에 날아든 검은 점이 박힌 빨간 등판의 벌레가 예뻐서 렌즈가 그쪽으로 돌아갔습니다. 흰 솜털의 색감을 살리려고 검은색 모자를 민들레 홀씨 뒤에 배경처럼 대고, 105㎜ 접사렌즈로 근접 촬영했습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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