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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대머리 원인유전자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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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상최초로 대머리 유전자가 발견돼 그동안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난관에 봉착해있던 난치성 탈모증의 치료가 획기적으로 앞당겨지게 됐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컬럼비아의대 피부과 앤젤라 크리스티아노박사팀이 인간의 46개 염색체중 제8번 염색체에서 범발성 (汎發性) 탈모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5대째 대물림되는 범발성 탈모증을 앓고 있는 파키스탄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8번 염색체에 위치한 비정상적인 돌연변이 유전자가 원인임을 밝혀낸 것. 범발성 탈모증이란 태어날 때부터 속눈썹과 눈썹이 없으며 정수리부터 시작해 두피의 전 부위에서 광범위하게 머리가 빠지는 탈모증. 아무리 대머리가 심해도 머리의 뒤와 옆엔 일부 머리카락이 남아있는 남성형 대머리와 달리 두피의 전 부위에서 머리가 빠지는 것이 특징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인체내 다른 부위의 털도 모두 빠지는 가장 극심한 형태의 탈모증이다.

지금까지 공인된 탈모증 치료제는 두피내 혈관을 확장해 모근에 영양물질을 공급함으로써 머리카락 생장을 촉진하는 미녹시딜 제제와 대머리를 조장하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해 머리카락 생장을 촉진하는 피나스테라이드 제제가 전부였다.

그러나 범발성 탈모증의 경우 약물요법이나 모발이식도 별 효과가 없어 가발이 유일한 대책으로 손꼽혀 있다.

하지만 이번 탈모증유전자의 발견으로 대머리 치료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됐다.

범발성 탈모증의 경우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체질에서 비롯됨이 입증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결사는 돌연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유전자를 삽입해주는 유전자치료법. 현재 암이나 희귀 유전병의 치료에 응용되는 것과 같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갈수록 정교해져가는 유전자치료법의 발달속도를 감안할 때 2천년대 초반이면 수천년간 지속되어온 대머리 환자들의 고민을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으리란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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