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언론 “사라 장, 음악회는 패션쇼가 아니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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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한국명 장영주ㆍ29)이 최근 영국 런던 나이츠브리지 보샹 플레이스에 있는 크루진스카 부티크에서 연주복으로 입을 드레스를 한 벌 맞췄다. 이 부티크는 음악원 출신으로 무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릴리 크루진스카, 영국 런던 패션 칼리지 졸업생인 다나 크루진스카 자매가 1990년대에 오픈한 패션숍이다.

고급스러움, 글래머, 여성성 등을 강조한 드레스는 크리스털 장식과 디테일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영화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 영국 모델 페니 랭커스터, 영국의 앵커 나타샤 카플린스키, 뉴질랜드 출신의 모델 겸 MC 레이츨 헌터 등이 이곳에서 드레스를 맞춰 입었다. 뿐만 아니라 소프라노 레슬리 개럿, 사라 브라이트만 등 유명 연주자들도 단골 고객이다.

사라 장이 7일 조지 하토리 지휘의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곡목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하지만 이번에 새로 맞춰 입은 새 드레스는 아이보리 실크에 핑크와 녹색 레이스를 수놓은 화사한 분위기여서 모차르트에나 잘 어울릴 듯하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는 ‘그건 음악회이지 패션쇼가 아니다’(It’s a concert, not a catwalk)라는 5일자 기사에서 최근 여성 연주자들이 외모와 패션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게 아니냐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사라 장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특히 여성 연주자의 경우 얼굴이 예뻐야 무대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게 요즘 세태라고도 했다.

신문은 “1940년대 여성 피아니스트 데임 미라 헤스는 무대에서 별다른 장식 없는 검정 드레스를 입었다”며 이제는 여성 독주자가 튀는 의상을 입는 것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고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썼다.

이에 대해 평소 무대에서 하이힐과 고급 드레스를 즐겨 입는 사라 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 때문에 연주가 방해되지는 않는다”며 “카르멘 환상곡을 연주할 때는 빨강색 드레스를 입는 식으로 레퍼토리에 맞게 드레스를 고른다”고 말했다.

신문은 21세기의 여성 독주자들에겐 음악적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같은 외모 지상주의는 남성 독주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디 리, 예프게니 키신 등 ‘꽃남’ 피아니스트들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인디펜던트 지는 사라 장의 경우 음악적 재능과 미모를 겸비했기 때문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혹시라도 외모 때문에 차별을 받는 ‘클래식계의 수전 보일’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글을 맺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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