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낸 임 총장 “검찰 결정은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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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채진 검찰총장이 5일 아침에 화를 냈다.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문제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낸 뒤 검찰 간부들에게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늦게 ‘노무현 전 대통령 신병 관련 보도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공식 반박문을 냈다. 검찰이 성명 형식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은석 대변인은 “최근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그 진행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이러저러한 결론을 내어 놓거나 검찰 내·외부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하면서 그 처리방향 등을 추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견 개진을 마치 검찰 내부에 혼란과 분열이 있는 것으로 검찰을 희화화하려는 움직임에 거듭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신문은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검찰조직 내부가 분열되고 큰일이 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임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검찰을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는데, 우리 검찰은 그렇게 어리석은 조직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바깥의 의견은 ‘자유’의 영역이지만, 검찰의 판단은 ‘책임’의 영역”이라며 언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임 총장은 특히 검찰 내부에 분열의 조짐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4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우리 검찰에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며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결정이 나오더라도 검찰 전체의 결정은 하나일 수밖에 없으니 따라 달라”고 말했다. 결정에 불만이 있어도 외부로 표출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임 총장은 현재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문제 자체와 더불어 그 결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검찰 안팎의 분란 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결정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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