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구경 줄 있어도 여성 화장실 긴 줄 없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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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일 오후 꽃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안공원. 휴일을 맞아 관람객 8만여 명이 몰려 7개 실내 전시장과 야외 주제공원 곳곳은 북새통이었다. 인기가 있는 주요 전시관의 경우 100m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간이음식점도 장사진을 이뤘다. 그러나 박람회장 안팎에 설치된 88개 화장실에서는 여성들이 ‘볼일’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장면을 보기 힘들었다. 꽃박람회조직위원회가 박람회장 안과 주변에 설치한 전체 화장실 변기(899개) 중 남성용 변기(381개)보다 여성용을 102개 더 설치했기 때문이다.

박람회장 전체 화장실 남녀 변기 비율은 1대 1.3. 특히 행사장 안에 있는 화장실 변기(367개)의 남녀 비율은 1대 1.7이나 된다. 이곳을 찾은 주부 최지영(40·경기도 수원시)씨는 “축제 장소를 찾으면 여성 화장실이 부족해 불편을 겪기 마련인데 안면도에선 여성 화장실이 남성 화장실에 비해 오히려 한산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충남도의 ‘여행(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 덕분이다. 여행 프로젝트의 핵심은 화장실 여성용 변기 늘리기. 버스터미널과 대규모 축제 행사장 등에서 여성용 변기 부족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화장실의 품격을 높이자는 게 취지다.

한국화장실협회가 2007년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 남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볼일 보는 시간’(2분32초·소변 기준)이 남성(1분21초)보다 1분11초나 더 길었다. 충남도는 지난해부터 새로 짓는 공중화장실 변기의 남녀 비율을 종전 1대 0.67에서 1대 1.3∼1.7로 높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 같은 비율을 적용해 93개(변기 942개) 화장실을 새로 설치했다. 내년까지 138개 화장실을 새로 짓고, 기존 150개 화장실은 여성 전용으로 바꾼다. 이 계획에는 2010년까지 220억원이 투입된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충남에서는 여성이 화장실 변기가 부족해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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