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일꾼 … PC만 있으면 파프리카 농사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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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대곡면 일대 단목들판(300㏊)엔 딸기·고추·파프리카 재배용 온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하나인 새날농장. 지난달 29일 낮 파브리카 비닐온실(6600㎡) 안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인 정명환(52)씨가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 화면에는 온실 모형이 그려져 있고, 그 속에 온도(24.9도), 습도(44%), 햇빛 양(광량·534W/㎡)이 표시돼 있다. 화면 아래에는 천장과 옆 창문의 열림·닫힘 정도가 %로 기록돼 있다.

정씨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온실의 온·습도와 빛의 양 등을 설정해 놓으면 각종 기기가 자동으로 작동해 최적의 재배환경을 맞춰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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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이용한 온실환경 제어시스템’, 일명 인터넷 온실이다. 자동화 장치가 갖춰진 온실에 설치되는 이 시스템은 인터넷 환경만 갖추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온실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진주의 파프리카 재배 47농가 가운데 20 농가가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온실은 첨단장치를 갖추고 있다. 온도센서, 습도·빛의 양 측정장치, 빛의 양을 조절하는 알루미늄 스크린, 온실 공기를 섞어주는 팬, 내·외부 공기를 바꿔주는 14개의 환풍기, 물을 자동으로 흘려 주는 관수장치, 온실 외부의 온도·바람 측정장치, 가습기 등이 설치돼 있다.

지하수를 끌어올려 압축 또는 팽창해 고온으로 탱크에 저장했다가 난방을 해주는 히터펌프는 기름 난방 때보다 비용을 80% 줄여준다. 광합성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공급 장치와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들려주는 ‘그린음악’ 장치도 눈에 띈다. 배전반(제어반)과 연결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클릭해 온실환경을 조정하면 된다. 7년간 파프리카를 재배해온 정씨는 “인터넷 온실을 설치한 뒤 연간 1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3900㎡의 인터넷 온실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강위석(51)씨는 “인터넷 온실은 온실 관리에 거의 노동력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온·습도 등을 조절해 최상의 생육 조건을 만들어 주면 우수 농산물 생산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농민 김금찬(44)씨는 “인터넷 온실 덕에 여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기가 오작동하면 휴대전화의 음성메시지로 경고해 주기 때문이다. 이때는 인근 PC방으로 달려가 조작하거나 이웃 농민에게 부탁해도 된다.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조용협(38) 지도사는 “장차 인터넷 온실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주시의 조사 결과 인터넷 시스템을 도입하면 노동력 절감, 생산량 증대로 생산성이 15~2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진주시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농가에 대해 설치비(2000㎡당 1600만원)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진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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