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 여유로운 차분한 귀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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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래도 고향엔 어머니품과 같은 따뜻함이 있습니다.” '2천만의 민족 대이동' 이 시작된 26일 전국 각지의 기차역과 고속.시외버스 터미널 등은 고향을 찾는 시민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경제난과 기름값 폭등의 영향으로 철도를 제외한 고속버스.승용차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전국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는 평소 주말 수준의 비교적 원활한 소통상태를 보였다.

고향길에 나선 시민들은 실직위협과 물가고 속에서 선물보따리는 가벼워졌지만 “고향에서 희망을 재충전하겠다” 는 모습이었다.

◇ 귀향길 = 전국 주요 고속도로는 이날 오전 일부 지역에 내린 눈으로 체증이 염려됐으나 IMF한파로 귀성객들이 승용차 운행을 자제해 대부분 구간에서 원활한 소통을 보였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은 7만9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시간대의 11만2천여대에 비해 3만여대가 감소, 서울~대전 구간이 승용차로 2시간10분 소요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소통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오후들어 귀성차량이 늘어나면서 27일 새벽까지 곳곳에서 정체 현상을 빚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경우 이날 오후1시까지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어든 4만여명이 고향길에 올랐다.

터미널측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각각 80%, 영동선이 50% 남짓한 탑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27일과 28일자 승차권도 구간별로 10~50% 남아있는 상태” 라고 밝혔다.

이날 하루 예년과 비슷한 8만2천여명을 수송한 서울역은 연휴기간중 전노선 좌석이 매진됐으나 귀성객들의 선물꾸러미가 가벼워지고 표를 환불하려는 사람들이 예년의 두배를 넘는 등 어려운 경제현실을 실감케 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가족과 함께 전북정주시로 출발한 기아자동차 종로지점 은종규 (殷鍾奎.38) 과장은 “걸음은 무겁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우는 자리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 말했다.

◇ 날씨 = 27일 오전까지 강원영동.전라도 지방에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으로 향하는 차량들의 안전운행이 요망된다.

기상청은 26일 “약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일부 지방에서 오전 한때 구름이 많이 끼고 1㎝안팎의 눈이 오겠다” 며 “오후들어 전국이 영상권의 기온을 회복하면서 내린 눈이 녹을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설날인 28일 강원영동.전라.경상지방은 차차 흐려져 오후들어 눈 또는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가 되겠으나 귀경 인파가 집중될 29일은 전국이 눈.비 없는 구름 낀 날씨를 보이겠다” 고 내다봤다.

나현철·장혜수·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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