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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서울대 합격자 발표…뇌성마비 2명 인간승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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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7일 발표될 서울대 입시 합격자 가운데 개교 이래 처음으로 뇌성마비를 극복한 장애인 2명이 포함돼 주위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또 82년 고교 졸업 후 식당 요리사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34세의 만학도가 최고령으로 합격했는가 하면 쌍둥이 17쌍이 지원해 5쌍이 합격하는 등 화제가 만발했다.

생활보호대상자도 54명이 지원, 9명이 합격했다.

○… “부모님과…자기 일처럼 도와준…급우들 덕분입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딛고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합격한 제주도 서귀고 이수민 (李守珉.18) 군. 李군은 뇌성마비라는 장애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걷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 등으로 남들보다 힘겨운 학교생활을 보냈다.

감귤하우스와 식당일로 李군을 뒷바라지해온 이원근 (李元根.43).조미자 (趙美子.43) 씨 부부는 그래선지 아들의 합격소식이 대견스럽기만 한 듯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서귀포 = 양성철 기자

○… “장애인들을 위한…일을 하고 싶습니다.”

생활과학대 소비자아동학부에 합격한 정태관 (鄭泰琯.23.경기도의정부시금오동 거성아파트) 씨는 선천성 뇌성마비에 시력장애까지 겹친 중증 장애인. 95년 서울 선덕고 졸업과 동시에 한양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오른손 손가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설계를 할 수 없자 진로를 인문계로 수정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오른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고 왼쪽 눈도 고도근시여서 책을 코 앞에 놓고 봐야 하는데다 몸도 제대로 가누기 어렵고 언어장애까지 겹친 3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같은 신체장애도 鄭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꺾어놓지 못했다.

과외는 물론 학원 한번 가보지 않고 혼자 집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2년간 책과 씨름한 끝에 당당히 꿈을 이뤄냈다.

수능성적은 3백68점. 당초 국문학과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변경했다.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

의정부 = 전익진 기자

○…최고령으로 철학과에 합격한 김기성 (金基星.34.충북영동군영동읍) 씨는 요리사 출신의 노총각. 82년 충북 영동농고를 졸업한 뒤 상경, 막노동.슈퍼마켓 배달사원 등을 전전하다 85년 일반업소 요리사자격증 2급을 취득하고 92년까지 식당에서 일했다.

어려운 책을 못읽는 게 한이 돼 90년 10월께부터 새벽 영어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시작한 金씨는 숭실대 안병욱 (安秉煜) 명예교수의 저서 '좌우명 3백65일' 에 감명받아 철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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