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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안에 담긴'국민의 정부' 의지…막강한 대통령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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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선 앞으로의 정부 운용에 대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개편안은 장관의 30% (9명) 를 줄였고, 1백명에 이르는 장.차관급 공직자를 82명으로 줄였다.

48년 건국 이후 최초의 대규모 다운사이징이다.

안기부가 개편되면 차관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작은 정부' 는 각 부처엔 국 (局).과 (課) 의 대형화로 나타날 전망이다.

국.과장급은 승진의 문이 좁혀졌지만 권한은 다소 커질 것이다.

당선자측은 공직사회를 항아리형에서 피라미드형으로 바꾸면서 몇가지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업무가 자잘한 규제와 인허가 중심에서 기획심사 중심으로 달라지는 것. 그러나 새 정부가 강력한 규제완화 의지를 가졌다 해도 공무원 사회의 저항 또한 만만찮을 게 분명하다.

이들은 유사이래 최초의 '뿌리와 밥그릇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누가 기선을 잡을지 관심이다.

나아가 권한과 재정의 지방화.민영화도 기획하고 있다.

단체장에게 인사권.조례 제출권을 주고 지방재정교부금 등의 집행권도 상당부분 넘길 방침이다.

우정.통신.철도.통상지원 등 정부기관이 수행해온 사업들의 상당수와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온 여러 사업의 민영화도 계획하고 있다.

직업공무원제 확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정경유착 근절 등 몇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된 뒤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그보다 행정부내 권력관계 개편이라는 측면에서 더 흥미를 끈다.

그간 대통령은 총리와 2인의 부총리를 통해 내각을 통솔했다.

대통령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문에는 청와대 비서실과 안기부가 나섰다.

비서실 축소와 부총리제 폐지는 이런 현상의 대변화를 의미한다.

우선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을 통해 경제와 통일안보 분야까지 각 부처 정책에 관한 조정기능을 행사하게 됐다.

재경원이나 통산부 등 타부처보다 2~4배 많은 '인공위성 (보직없이 월급만 받고 연수중인)' 공무원을 내보내는 따위의 '부처 위에 부처가 군림하는' 일은 사라지게 됐다.

법제처와 금융감독위의 총리실 산하 배치도 무시할 수 없다.

총리로서는 행정실무를 챙길 손발을 어느정도 확보한 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부' 의 권한 강화는 논란과 검토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고급 공무원의 임용을 다룰 중앙인사위와 예산업무를 총괄할 기획예산처를 산하에 둔다는 것은 두가지 핵심부문에 대해 관행적 권한 외에 법적 권한도 확보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부처나 장관들로서는 결재단계가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이같은 대통령과 총리의 투톱 시스템은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의 총리 내정을 전제로 한 개편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회의나 자민련 의원들은 이번 개편안이 2원정부제를 연상시킨다며 金당선자의 점진적 개헌의지냐, 2원정부제 개헌 의지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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