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공계] 2. 기업 입맛 맞춰 '주문형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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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인 전남 담양대와 장흥 남도대는 올해 3월 통합해 '1대학 2캠퍼스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도 남도대로 통합한 이들 학교는 학과수를 총 24개에서 15개로 줄이고, 입학정원도 150명이나 줄였다. 전문대 관계자들은 학생이 없어 이런 방식의 통합을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영남이공대 장종관 교수는 "이공계 전문대는 학생이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며 "수급 조절을 위해 학생 정원을 줄이는 대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전문대학 간 통폐합만이 살 길이라는 설명이다.

이공계 대학들도 위기감 고조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 2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만도와 산학협력을 위한 조인식을 하고 주문형 인재 육성에 나섰다. 전자전기컴퓨터학부와 기계공학부 학생 20명을 선발해 '신뢰성공학'과'만도프로젝트 실습 1.2'등의 과목을 별도로 가르친다. 계절학기마다 공장에서 현장실습도 한다. 경북대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기계와 전자가 결합된 이른바 '메카트로닉스' 전공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어 주문형 교육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는 산업체.연구소.지자체와 연계한 '지역혁신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다. 지역전략산업인 기계부품의 고도화를 위해 대학이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포항공대 등 9개 대학 이공계 교수 20명은 최근 이공계 기술 재교육기관인 한국고등기술교육원을 설립했다. 서울대 연구공원에 사무실을 둔 이 기술연구원은 3~6개월간의 과정으로 운영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재교육하는 이른바 '맞춤형 교육기관'을 교수들이 나서서 만든 것이다.

특별취재팀=김시래(팀장), 염태정.심재우.강병철(산업부), 김남중.강홍준.하현옥(정책기획부), 김방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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