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뉴스] 공기 없는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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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 김성은 부장검사(左)가 4일 고양지청에서 산소 없는 불량 호흡기를 보여주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김모(51· 부산시 괴정동)씨는 지난해 8월 사용기한 15년이 지나 소방서가 공기통에 지름 3㎝가량의 구멍을 뚫어 폐기처분한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를 수거했다.

그리고 철공소에서 이 고물 공기호흡기의 구멍난 부분을 납땜한 뒤 정품 제조업체의 상표를 붙여 눈속임을 했다. ‘납땜’ 공기호흡기는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산소를 압축 저장할 수 없어 화재 때 구명장비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김씨는 정상 제품인 것처럼 속여 정상 제품(123만원)보다 40% 싼, 75만원씩에 경기도의 한 병원에 판매했다.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는 화재 발생 시 관리요원이 손님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소방 안전장비로 수용 인원 100명 이상인 지하역사·백화점·영화관·병원·유통매장 등 다중이용 시설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3월 초 고양소방서가 한 병원의 공기호흡기에 압축공기를 무료로 충전해 주다 호흡기가 터지면서 납땜한 자국을 발견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4일 2006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과 경남 지역의 병원·백화점 등 47곳에 납땜한 공기호흡기 200개를 팔아 1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소방시설설치유지법 위반 등)로 김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박모(48)씨 등 판매책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사용기한을 채워 폐기한 공기호흡기 230개를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처럼 공문서를 꾸민 뒤 이들에게 넘겨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최모(32)씨 등 소방관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해수 고양지청 차장검사는 “ 폐용기를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폐용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처벌규정을 신설하도록 소방방재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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