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10대 한국병]11.과학기술의 취약성…투자 저효율 실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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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폐쇄와 은폐.편법이 통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개방.투명성과 실력으로 일어서야 할 때가 됐다.

우리가 겪고 있는 요즘의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단기적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이고도 장기적 해결방안은 과학기술력을 제고해 실력으로 고비용과 저능률을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기술력이 너무 부족하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의 과학기술계는 연구개발비 투자 증대에 힘써 왔다.

그 결과 거품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지난 75년에 4백27억원에 불과했던 연구개발투자 총액이 95년에는 9조4천억원으로 증가하고 국민총생산 (GNP) 대비 비율도 0.42%에서 2.69%까지 상승해 유럽 선진국 수준에 접근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 (시설투자액 30% 정도를 제외한 실투자액) 는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 (GM) 한 기업의 투자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의 연구개발투자가 아직 얼마나 미약한가를 알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질적 측면이다.

우리의 과학기술투자가 양적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 수준인 7위나 8위권에 들어가 있지만 질적인 측면을 보면 기초연구능력이 28위, 자질있는 공학자의 공급 등은 겨우 37위인 후진국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서도 앞으로 과학기술투자 증대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투자의 획기적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문제는 연구개발투자 부족만이 아니다.

연구개발투자 규모 면에서 우리에 비해 40% 수준밖에 되지 않는 대만은 우리 경제가 2백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를 내던 96년에도 1백4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대만이 적은 연구비 투자로 계속 국제경쟁력을 제고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구개발시스템의 효율성 문제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연구개발투자의 증대도 중요하지만 국가규모가 작고 가용자원이 제한된 우리나라에서는 투자비에 대한 효율성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요즘과 같이 경제여건이 어려운 때에는 더할 나위 없다.

김인수 〈과학기술정책 관리연구소장·고려대 경영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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