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에도 세금 붙을까…상식 이상이면 세금징수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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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잠시 엎드려 절한 댓가 (?) 로 받는 세뱃돈. 별다른 수고없이 받는 세뱃돈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그동안 세뱃돈은 해마다 만만찮게 올라 비교육적이라는 지적까지 일었다.

한 조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세뱃돈은 최근 몇년동안 물가상승률의 곱절정도인 10%안팎으로 해마다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IMF 한파 속에서 설날을 맞는 올해는 오히려 세뱃돈 거품도 말끔히 걷힐 눈치다.

모든 소득에는 세금이 붙게 마련이다.

일해서 월급을 받아도 소득세가 붙고 복권에 당첨돼도 세금을 뗀다.

그런데 세뱃돈에는 왜 세금이 없는 것일까.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옛날부터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나눠줬는데도 요즘은 여기에다 증여세.상속세 등 적지않은 세금을 매긴다.

만일 세뱃돈이란 명목으로 1억원이라든가 집을 한 채 주더라도 세금을 매길 수 없을까. 세뱃돈에도 세금이 붙는다.

법적으로 증여에 해당한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조금씩 보태고 돕는 것 역시 증여행위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뱃돈에 대해서는 왜 세금을 매기지 않았을까. 또 뇌물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있는 소위 '떡값' 과 세뱃돈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법적으로는 '떡값' 에 대한 조세포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사기 등 부정한 방법에 의해 받은 것이 아니므로 가벌성 (可罰性) 이 없다는 것이다.

세뱃돈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가벌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수사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부동산이 이 사람한테서 저 사람으로 옮겨간다거나 갑자기 큰 재산이 생기면 객관적으로 금세 드러나므로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적발되지만 않으면 될까? 그렇지는 않다.

세뱃돈을 얼마 이상 받으면 세금을 매기는가에 대한 판례는 없다.

그러나 일반인의 상식 수준을 벗어날 정도 (수십만원 이상) 의 세뱃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추징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금으로 바꿀수 없는 상품권 수천만원어치를 세뱃돈 삼아 준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도 증여에 따른 세금이 부과된다.

증여는 꼭 돈이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득이 생기면 증여행위로 본다.

예컨대 제화점 상품권에는 구두라는 이득이 따른다.

23일자 중앙일보 25면에는 설을 앞두고 5천원짜리 도서상품권이 세뱃돈 대용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진기사가 실렸다.

내가 세배드릴 사람이 도서상품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또 세뱃돈 대신 그 도서상품권을 주신다면 나는 어떤 책을 사면 좋을까.

도움말 = 박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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