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달 '불량 만두' 파동] 소비 냉동…우량 업체 "속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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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네요. 이러다간 문을 닫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중견 만두 제조업체 취영루 박성수(40)사장은 매일 매일 속이 탄다. 하루 평균 5000만원어치의 냉동만두를 제조해온 이 회사의 파주공장 12개 생산라인은 모두 멈춰섰다.

박 사장은 "만두 생산라인 근로자들은 집에서 쉬고 있고 부재료를 공급하던 농민, 물류업체도 연쇄적으로 된서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W식품이 버려야 할 단무지 자투리를 만두소 재료로 납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불량만두'파동이 한달째를 맞았다.

불량만두를 만든 업체들의 명단이 공개되고 문제 제품들은 회수.폐기처분됐다. 몇몇 업체는 관련이 없다고 밝혀져 오명을 벗기도 했다. 취영루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파동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던 업체들은 대부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동네 만두가게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만두 비수기와 겹치면서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싸늘한 시장=롯데백화점.롯데마트는 '불량 만두'파동 직후 냉동만두 판매를 중단했다. 쏟아지는 반품 물량 때문에 '마이너스 매출'을 2주일이나 기록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6월 셋째 주부터 조심스럽게 판매를 재개했으나 매출은 예년의 15% 수준"이라며 "한동안 여파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할인점 이마트 관계자도 "전국 60여개 점포의 하루 냉동만두 판매액이 예년의 30%도 안 된다"며 "만두와 무관한 피자.면 등 냉동식품도 덩달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동네 수퍼마켓에서는 아예 만두류를 팔지 않는 곳이 많다. 그나마 직접 손으로 만두를 빚는 음식점들은 충격을 다소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수제만두 음식점 박혜경(50)사장은 "한동안 매출이 줄었다가 최근에야 평소 수준이 됐다"며 "아직도 손님들이 '여기는 괜찮죠'라고 묻곤 한다"고 말했다.

◇멈춰선 공장=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 무말랭이를 사용해 만두를 제조했다고 발표한 업체는 물론 뒤늦게 누명을 벗은 업체들도 대부분 생산라인을 멈췄거나 매출이 격감했다.

불량 무말랭이를 사용했다고 지목된 S사 관계자는 "한때 불매 사이트가 생길 정도로 고객들의 항의를 받았고, 유통업체의 불신으로 다른 제품도 납품받으려 하지 않아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상당수 중소업체는 문을 닫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무혐의 판정을 받은 업체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금흥식품 김종선(54)사장은 "납품은 재개했지만 거의 팔리지 않는다"며 "이달 말까지는 공장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지방중소기업청이 지난달 22일 도내 만두시장을 조사한 결과, 8개 만두 제조업체 중 7곳이 휴업 중이고 1곳은 조업시간을 줄였다. 또 분식점 등 만두 판매점 128곳의 하루 평균 매출이 5만8000원으로 평소(14만6000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계열사가 연루된 CJ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을 찾느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취영루.금흥식품.S만두.D식품 등 중견업체 10여곳의 대표들은 조만간 만두제조업협회를 만들어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해명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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