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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이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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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77.7%가 만기 3년 이하의 단기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거의 대부분이 대출기간 중에는 이자만 갚고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 방식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주택 매물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 대출 부실이 크게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됐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6일 '은행 가계대출 만기구조 개선'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60.7%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며 "다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만기 3년 이하 비중이 77.7%를 차지한 데다 거의 대부분이 만기 일시상환식이어서 부동산 가격 급락 등 갑작스러운 경기변동이 일어나면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특히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매년 약 26%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경기침체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늘면 금융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이 단기화한 것은 고객 입장에선 단기대출의 금리가 장기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이 많아 집값이 오르면 중도에 팔고 대출을 갚기 쉬운 단기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대출을 해주면 돈이 묶이는 데다 주택 가격의 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기대출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단기대출이 많아지면 해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규모가 커져 주택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은행의 부실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담보가치만 고려하지 말고 빌리는 사람의 장래 소득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이 위원은 강조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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