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정부 운영, 기업 경영의 길 안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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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예비하는 사람이 되자.” 이영탁(62·사진) 세계경제연구원장의 좌우명이다. 이 원장은 교육부 차관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을 지내는 동안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자”고 늘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인 ‘세계미래포럼’을 창립한다.


이 원장에 따르면 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릴 창립기념식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미래학자인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도 참석한다. 창립 준비로 작업이 한창인 그를 서울 삼성동 세계경제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래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앞서는 길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동안 바빠서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던 일을 이번 ‘세계미래포럼’ 창립으로 드디어 본격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에도 다녀왔다.”

-특히 ‘미래경영’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미래학 중에서도 미래경영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관련 지식의 실용화에 초점을 두기 위해서다. 사실 미래학과 관련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비롯한 수많은 책이 나왔고, 여러 학자가 노력을 쏟아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피부에 와닿는 미래지식을 전파하고 싶다. 그래서 특히 정부의 운영과 기업의 경영을 도울 수 있는 미래학적 방법에 무게를 뒀다. 미래를 경영하는 법과 미래에 대비하는 법을 알아야 현재에 성과를 내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세계미래포럼’이란 조직을 만든 이유는.

“일종의 장(場)을 만들기 위해서다. 더 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미래에 대한 지식을 정부와 기업 운영에 직접 연결하는 매개체, 그것이 내가 계획하고 있는 ‘세계미래포럼’의 청사진이다. 미래 지식 시장을 여는 셈이다. 앞으로 관련 용어집도 발간하고 8월엔 녹색경영 국제회의도 할 예정이다. 9월 이후엔 본격적으로 미래지식 전파 교육과 함께 미래지식 컨설팅도 하는 조직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미래경영 지식이라면 뭐가 있을까.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노령화되고 있으며 남녀간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건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이야 피부로 와 닿지 않겠지만 실제로 지금 예순인 사람은 90세까진 무난히 산다는 이야기다. 사회활동을 하며 독신으로 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숫자도 늘어난다는 소리다. 이를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고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성 체격에 맞는 싱크대를 만든다든지, 남자화장실에도 아기 기저귀를 갈아 줄 수 있는 시설을 만든다든지 하는 거다. 건설업의 경우도 기회가 상당하다. 1인 가구에 맞는 아파트를 짓는 것은 물론, 4인 이상 가족의 형태에 맞는 아파트를 1인용으로 개조하는 것도 큰 잠재력이 있는 산업이 될 거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선 건설업자들이 이런 산업으로 이윤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의 미래학 분야는 어떻게 진단하나.

“지난해 앨빈 토플러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었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하루에 10시간 정도 열심히 공부하지만, 사실 대부분이 미래엔 사장될 분야의 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다. 한국에서 미래학은 학문으로도 인정되고 있지 않다. 물론 학문이란 실증 가능해야 성립한다. 미래학도 미래 예측법을 이론적으로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충분히 가능하며, 이미 외국에선 활발한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분발해서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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