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리포트] 구부리기 힘든 손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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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 손가락(Trigger finger)’을 아십니까. 방아쇠 수지증은 손가락을 구부릴 때 느낌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뭔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딸각’하는 소리가 나며, 심하면 구부러진 상태로 펴기 힘들다. 원인은 손가락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 붓거나 결절이 생겨 손가락을 펴는 기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아쇠 수지증을 간단하게 수술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관절 전문 힘찬병원 박승준 과장은 최근 방아쇠 수지증 환자 53명에게 ‘하키 나이프’(사진)를 이용해 절개하지 않고 시술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가 통증과 꺾임현상이 해소되고 운동 능력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하키 나이프는 코바늘처럼 구부러진 모양의 시술 도구. 바늘 크기의 침을 환부에 집어넣어 손가락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터널 근막을 끊어준다. 시술 시간은 5~10분으로 기존 최소 절개 수술에 걸리는 20~30분보다 짧다.

방아쇠 수지증은 손가락에 과도하게 부하가 걸리는 사람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요리사·운동선수 등이 대표적인 직업. 초보 골퍼에게도 많다. 그립을 너무 세게 잡아 손가락의 터널 막이 두터워지거나 결절이 생겼기 때문.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부위는 넷째 손가락이었고, 다음으로 셋째· 엄지손가락 순이었다.

질환이 가벼울 땐 냉찜질이나 간단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치료한다. 증상이 좀 더 진행해 손가락을 펴기 힘들고, 결리는 느낌이 들면 스테로이드 국소주사를 한두 번 맞는다.

최소절개법도 있다. 1.5~2㎝ 정도 피부를 열고 들어가 기능을 방해하는 힘줄을 절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하루 정도 입원해야 하고, 힘줄 괴사나 신경 손상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다.

박 과장은 “하키 나이프 시술은 국소마취를 하고, 후유증이나 흉터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재발성일 경우엔 절개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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