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배, 새앨범 내고 16년만에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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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참오랜만에 듣는다.

빠르지않은 중간 템포, 그윽한 음색. 비련의 사연을 애절하게 읊는 가사. 기다림 또는 체념으로 막내리는 종장. 지금은 흔치 않지만 70,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다 하는 여가수들의 노래는 예외없이 이런 스타일이였다.

그중 한 명, '당신은 안개였나요' 를 부른 이미배가 오랜만에 성인가요를 들고 나타났다.

82년 샹송 풍의 이 노래로 성인들 사이에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던 그녀는 행동거지도 신비감이 감도는 가수였다.

가끔씩 무대에 올라 잔잔하게 노래하고 훌쩍 들어가는 품세가 인기 여부에 연연하는 보통 가수와는 달라보였던 것이다.

이후에도 3년 터울로 음반을 내며 활동을 계속했지만 대중적으론 이 곡만이 기억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해서 통산 7번째인 이번 음반은 사실상 16년만의 컴백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녀의 선굵고 그윽한 음색과, 고음으로 올라가도 굵기가 한결같은 안정된 창법을 그리워하는 성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방송출연을 기피하고 레스토랑에서 취미활동 비슷하게 노래를 불러온 그녀가 신보에서는 변진섭.김민우.조관우의 음반을 제작한 하광훈과 손잡고 대중성을 적극적으로 겨냥하고있다.

신보에서 하광훈은 그녀 목소리를 조관우 2집에서 익히 보여준 안개풍의 신비로운 스타일로 다듬어 내고있다.

툭툭 치고 지나가는 듯한 드럼 사운드로 리듬감을 살린 것이나 신곡 4곡과 리메이크 4곡을 2곡씩 교대로 배치한 음반구성 등은 조관우 음반에서 이미 썼던 방식이다.

슬로우 록 발라드의 타이틀곡 '예감' 과 보사노바로 바꿔 불러 산뜻한 맛을 주는 리메이크 넘버 '안개' 등 수록곡 전반이 편안하고 무리없는 이지 리스닝의 전형을 보여준다.

분위기 있는 음악 틀기에 고심하는 카페주인이나 주부들에게 반가운 음반이 될 듯하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논리가 강해선지 이미배의 감춰진 강렬함이 새롭게 발산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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