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추승균 ‘만년 2인자’ 떼고 첫 MVP … 4번째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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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5·1m90㎝)이 끝내 울었다. 챔피언결정 7차전 4쿼터 막판 사실상 승부가 갈리자 그는 주먹을 쥔 채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총을 쏘며 기쁨을 표시했다. 경기가 끝나자 후배 하승진이 추승균을 번쩍 들어올렸다. 추승균은 모자를 휘두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추승균은 기자단 투표에서 67표 중 60표를 얻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또 프로농구에서 처음으로 네 개의 챔프반지를 낀 선수가 됐다.

KCC는 2007~2008시즌을 앞두고 서장훈을 영입했다. 보상 선수로 추승균과 이상민을 놓고 고민한 끝에 이상민을 떠나보냈다. 추승균은 이번 시즌 그 보답을 했다. 그는 챔프전 7차전인 이날 1쿼터부터 펄펄 날았고 24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팀을 떠난 이상민을 제치고 KCC의 진정한 적자로 거듭난 것이다. 추승균은 1997년 KCC 전신인 현대에 입단한 뒤 97~98, 98~99(이상 현대), 2003~2004 시즌(KCC) 우승하면서 늘 이상민의 그늘에 머물렀다. 당연히 상과도 거리가 멀었다.

추승균은 경험 없는 후배들의 모범이 됐다. 챔프전 3승1패에서 내리 두 경기를 져 3승3패가 된 뒤 후배들을 모았다. 그는 “챔피언 반지를 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며 후배들의 기를 북돋웠다. 그는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면 최고 상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해 행복하다. (하)승진이가 있었기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고 MVP 수상 소감을 얘기했다. 

전주=채준 기자

○ … 허재 감독을 시작으로 KCC 선수들이 한 명씩 림의 네트를 자르는 우승 세리머니를 할 동안에도 함성은 계속됐다. 관중 열에 두셋은 눈물을 흘렸고 하승진과 추승균도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나 허 감독은 “이렇게 좋은 날 왜 우느냐”며 차분하게 우승을 음미했다. 허 감독은 “전주 팬들의 힘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올해는 우여곡절 속에 우승했는데 믿고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두 번 모두 패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의 투혼이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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