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39쇼핑' 70명 모집에 1만명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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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떤 업체라도 좋다.

우선 일자리부터 구하자. 한 중소업체에서 낸 모집광고를 보고 박사 30여명, 석사 2백70여명을 포함, 1만여명이 몰려 취업대란을 실감케 하고 있다.

케이블TV 홈쇼핑업체인 39쇼핑은 최근 신입.경력직 포함 70명 정도를 뽑기로 하고 채용광고를 낸 뒤 입사지원서를 마감한 결과 신입직에 8천명, 경력직에 2천여명이 지원해 왔다고 20일 밝혔다.

39쇼핑은 지난해 매출액이 1천억원 전후로 추정되는 중견업체로 지금까지 입사 경쟁률은 3대1에 불과했었다.

이번에 모집키로 한 분야는 광고.PD.마케팅.관리 등이다.

경력직 20명을 뽑기로 한 광고.PD직의 경우 2천여명의 지원자중에 광고대행사 출신이 6백여명이나 몰렸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덮치자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형 광고회사 출신 퇴직자들이 대부분. 이중엔 특히 30대 전후반의 여성이 60%나 돼 광고대행사의 구조조정 당시 퇴직 우선순위가 여성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밖에 최근 부도가 난 뉴코아.진로.청구 등의 퇴직자가 4백여명에 달했고 10대 그룹 퇴직.재직자들의 지원도 3백명이 넘는다는 게 회사측의 귀띔. 50여명을 뽑는 신입직은 무려 8천여명이 몰려 1백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중에는 세칭 명문대 출신자들도 1천여명이 넘는다.

작년말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돌아온 한 응시자는 "이리저리 알아봤으나 가는 곳곳 있는 사람도 자르는 형편이라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며 "외국의 경우 홈쇼핑업체가 유망직종이어서 응모하게 됐다" 고 말했다.

39쇼핑 인사부 관계자는 "마감일 전까지 6천5백여명 정도가 응모해 너무 많이 몰린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날엔 3천5백명 가까운 사람이 또 몰려왔다" 면서 "회사측으로서는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이긴 하나 한국 사회의 취업대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에 할말을 잃었다" 고 말했다.

39쇼핑은 지난주말까지 5배수의 서류전형 합격자를 뽑아 통보키로 했으나 예상외로 지원자수가 넘치자 이 계획을 다음달초로 미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지원자들은 전화로 서류전형 합격문의를 해오는 바람에 회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 한편 39쇼핑의 기존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에 우수 인력이 대거 지원하고 회사측에서 서류전형을 늦추자 '혹시나 회사측에서 당초 계획했던 모집인원보다 더 뽑아 기존 직원들을 내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케이블TV 업체들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으나 39쇼핑은 LG홈쇼핑과 함께 해마다 두배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흑자를 내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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