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수퍼전파자’는 국세조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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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멕시코와 미국에서 돼지 인플루엔자(SI) 감염자 수가 늘어나면서 다수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수퍼 전파자(Super Spreader)’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잠복기에 있거나 경미한 감기 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아닌 줄 알고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2003년 홍콩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휩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도 수퍼 전파자가 사스의 확산 범위를 넓혔다.

멕시코의 첫 SI 사망자인 마리아 아델라 구티에레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 수백 명의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수퍼 전파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 조사원으로 방문조사를 했던 그와 만났던 사람 중 30여 명 이상이 SI 증상을 보였다.

미국 최대 군사기지인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해병대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처음 발생한 SI 감염 환자가 수퍼 전파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해군 당국은 “환자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지 내에 근무하는 군인이 8000여 명에 이른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수퍼 전파자의 위험성은 2003년 사스 때 확인됐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사스에 처음 감염된 의사는 홍콩에서 100여 명에게 사스를 옮겼다. 특히 중국 북부에 사스를 전파한 70대 중국 노인은 수퍼 전파자의 파괴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홍콩에서 사스에 감염된 이 노인은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한 뒤 승무원과 승객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이들 승무원과 승객이 네이멍구(內蒙古)와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 등으로 이동하면서 사스는 중국 북부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게다가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치료를 받았던 베이징 시내 3개 병원의 의료진도 사스에 감염됐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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