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Hot Place] 비커·주사기·스포이드…실험실 용기, 화장품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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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고이~(굉장한데~).”

지난달 23일 오후 4시30분, 서울 명동 밀리오레 근처에 위치한 ‘네이처 리퍼블릭’ 매장에는 경쾌한 가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인 점원의 설명을 듣던 일본 여성 고객의 손에는 잠시 뒤 아이라이너 펜슬과 마스카라가 들려 있었다. 이날 매장 안은 수십 명의 한국·중국·일본 고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그칠 줄 모르는 일본인 관광객의 쇼핑에 힘입어 명동 화장품 시장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여기에 ‘신개념 초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하는 ‘네이처 리퍼블릭’이 새롭게 뛰어들었다.


3월 31일 문을 연 후 하루 평균 방문 인원 2500~3000명, 이 중 구매 인원 약 1500명, 하루 평균 매출액이 2000만원 정도이니 일단 성공적인 출발로 보인다. ‘명동에 더 이상 새로운 화장품 매장이 문을 열 수 있을까’ 하는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은 이미 떨쳐냈다.

후발주자인 만큼 ‘네이처 리퍼블릭’은 치밀한 전략을 펼쳤다. 현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모으고자 한 것. 먼저 ‘자연’을 끌어들였다. 브랜드 이름 자체가 ‘피부에 좋은 자연 추출 성분을 과학기술을 이용해 화장품으로 선보인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장우(36) 마케팅 본부장은 “프랑스 남부 해안의 소나무, 사하라 사막의 아르간 트리, 한국의 지장수 등 희귀한 천연 성분들을 화장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용기 디자인도 힘을 보탠다. 주사기 모양을 빌린 자외선 차단제, 스포이드에서 힌트를 얻은 마스카라와 립글로스, 비커 모양의 천연팩 등 실험실 컨셉트의 용기들은 온라인에서 벌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추출된 성분들은 보통 어디에 담기는지 살펴봤더니 실험실 용기라는 답이 나왔죠.” 디자인팀 정석재(33) 부장이 설명했다.

한 군의 제품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는 박스 디자인 역시 이색적이다. 여기에 월드 스타 비를 모델로 내세워 아시아 고객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비는 이 브랜드와 15억원에 2년 계약을 했다. 홍보팀 서진경(30·여) 과장은 “한 일본인 여성 고객은 구매 후 비 브로마이드를 두 장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비 효과’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네이처 리퍼블릭’은 오픈 전부터 ‘더페이스샵 출신이 만든 화장품’으로 주목받았다. 이규민(51) 대표는 2005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더페이스샵’ 해외 사업 본부장을 역임했다. 여기에 마케팅 본부장과 디자인 팀장을 포함, 다수의 멤버가 더페이스샵 출신이다. ‘네이처 리퍼블릭’ 신촌 매장이 바로 얼마 전까지 ‘더페이스샵’ 매장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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