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V프로 개혁 지금부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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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로운 방송문화 창조를 다짐하는 개혁운동이 방송사 내부에서 일고 있다.

MBC는 10대용 주말 프로그램 2개를 폐지하고 폭력.선정성 위주의 오락프로그램을 지양하겠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KBS는 외부MC를 쓰지 않고 자체인력으로 경비절감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SBS도 금명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늦었지만 바른 흐름이라고 본다.

기왕 개혁의 고삐를 잡았다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몇 가지 기본적인 방송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10대들의 기성 (奇聲) 과 괴상한 복장으로 무도장을 방불케 하는 청소년 인기가요 일변도의 오락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데는 찬성이지만 이런 몇 가지 프로그램을 없앴다고 손을 터는 개혁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TV문화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현재 방식의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프로그램도 상품인 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다만 잘못 도출된 시청률 집계에 따라 방송문화가 좌지우지된다면 처음부터 개혁은 제대로 될 수 없다.

현재 방송시청률 조사는 피플 미터방식이다.

서울의 3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 극히 제한된 여론조사다.

방송3사가 이 시청률의 포로가 돼 있다.

아무리 유익한 프로그램이라해도 시청률이 낮으면 하루아침에 밀려난다.

방송국에 밀려드는 청소년 숫자나 인기가요 엽서순에 따라 편성을 한다면 한발짝 개혁도 불가능할 것이다.

KBS나 MBC는 사실상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이 시청률과 광고의 포로가 돼 TV의 공익성과 계도성을 외면했다면 개혁의 심도를 달리 해야 한다.

방송사가 시청률의 볼모가 되니 방송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공.민영 가릴 것 없이 시청률 조사에서 나타난 인기프로와 출연자로 일색을 이루고 한번 '뜨기' 시작한 인기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그래서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일일.주말드라마가 주당 40여편이 방영되는 '드라마 공화국' 이 돼버렸다.

몇몇 청소년 프로를 잘라냈다고 개혁 끝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방송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위한 기본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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