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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스타일리스트]대중음악지 '서브' 편집장 성문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세상에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이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경우가 대다수인지도 모른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일을 취미처럼, 취미를 일로 삼는다' 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1월 창간된 대중음악잡지 '서브' 의 편집장인 성문영 (27) 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행복한 경우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왔고 지금도 그 속에 빠져 살고 있으니. 그를 이 길로 잡아당긴 것은 3가지다.

첫째는 80년대 초반 '테이크 온 미' 라는 노래로 국내서도 인기를 얻었던 노르웨이 출신의 팝그룹 '아하' .중학생 시절 이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사방을 뒤져 관련자료를 모았다.

한번 음악에 열정을 쏟다 보니 스팅이나 다이어 스트레이츠와 같은 가수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물론 지금처럼 남들 안 듣는 음악만 골라 들은 것은 아니지만 열성만은 유별났던 것 같다.

“고3때도 대학 가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음악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죠.” 두번째 계기는 89년 부산대학교 한문학과에 입학, 음악감상 동아리인 '성혼 (聲魂)' 에서 다양한 음악을 접한 것. 또 자체적인 음악감상회를 준비하다 보니 이론적인 '공부' 까지 하게 됐다.

취미를 직업으로 잇게 한 결정적 계기는 전통의 팝음악 잡지 '핫뮤직' .대학 시절부터 이 잡지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과 동시에 아예 기자로 입사했다.

“음악만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죠. 집안의 반대는 심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막상 업으로 삼다 보면 싫증이 나는 걸까. 3년간 맹렬히 활동하던 그는 돌연 잡지사를 그만뒀다.

“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음반 수입회사인 '명음레코드' 에서 평소 듣고 싶었던 외국 음반을 마음껏 들으며 '좋은 시절' 을 보내던 그에게 지난해말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새로 창간되는 잡지의 편집장을 맡아주지 않겠냐' 는 제의가 들어온 것. 기자 시절의 기획력과 수십장의 라이선스 음반의 해설지에서 보였던 그의 날카로운 해석을 인정받은 것이다.

“편집장이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고사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은 기회다 싶어 동참하게 됐죠.” 기왕 만들 거라면 기존의 잡지와는 다르게 만들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최근 부상중인 모던록이나 테크노에 대해 관심을 쏟는 것이나 시각디자인 쪽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도 그런 차원. 기사의 내용이 음악을 듣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무료 CD를 끼워넣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실력은 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한 무명밴드의 노래를 CD에 2곡 이상 담을 겁니다.

아무튼 이전 잡지사에 있을 때보다 일이 3배쯤 늘어난 것 같아요. 하지만 팀워크가 잘 맞아서인지 '아직은' 즐겁게 일하고 있죠. ” “음악은 파고들수록 어렵다” 면서도 열심히 이야기를 쏟아놓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야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 는 평범한 말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글 = 문석·사진 =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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