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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국 될라” 황우석 방식 체세포 복제 연구에 물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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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중지됐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3년 만에 재개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노재경)는 29일 차병원과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생명윤리위 노재경 위원장은 “차병원이 지난 심의에서 생명윤리위가 요구한 부분을 일부 수정했으므로 두 가지 조건을 걸어 연구를 승인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주입하는 장면. 체세포 이식 후 4~5일간의 시험관 배양을 거쳐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된다. [중앙포토]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은 ▶연구 제목에 질병 이름이 들어가면 과도한 기대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뺄 것 ▶연구기관의 자체 윤리심의위원회(IRB) 위원에 생명윤리학회나 보건복지가족부 추천을 받은 외부 위원을 보강할 것이다.

위원회는 또 난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병원이 동물실험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질병관리본부·배아연구전문위원회가 사후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8월 수암생명과학연구소의 황우석 박사팀이 이 방식의 연구를 신청했으나 연구책임자의 윤리적 자질을 문제 삼아 불허됐다.

◆허용의 의미=체세포 복제 방식이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이번의 연구 승인으로 전반적인 줄기세포 연구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한편 정부가 줄기세포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세포 방식 연구를 계속 막기가 어려운 점이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욱(연세대 교수) 줄기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줄기세포는 종류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모든 줄기세포를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줄기세포 연구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제=체세포 복제 배아 방식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가 조작으로 밝혀진 이래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성공 사례가 없다. 또 난자를 파괴해야 하고, 복제인간을 만들 가능성이 있어 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치료연구소 소장 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인 정형민 박사는 “앞으로 생명윤리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기 위해 내부 감시감독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체세포 복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난자를 미수정란이나 미성숙 난자, 폐기될 난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건강한 난자를 사용해도 힘든데 품질이 떨어지는 난자로 배아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 박사는 “앞으로 3년 안에 체세포 복제 방식을 이용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개발된다고 해도 역분화 줄기세포가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방식은 이식 거부 반응이 없고 난자를 사용하지 않는 등 체세포 복제 배아 방식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미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개발돼 지금 세계 줄기세포 연구계를 달구고 있다. 이 때문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다른 줄기세포 연구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게 연구계의 또 하나의 과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김은하 기자

◆줄기세포 종류=추출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를 수정해 만든 수정란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피부나 장기에서 다 자란 세포를 떼어내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식이 성체 줄기세포이다. 몸에서 떼어낸 세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배아줄기세포와 같이 만들면 역분화 줄기세포(iPS)가 된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몸에서 체세포를 뽑은 뒤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이다. 세계 줄기세포의 주류는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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