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지만 큰 서비스하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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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1차시안이 나왔다.

역대정권들이 정권초기에 각종 미사여구를 동원해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그 결과는 오늘 우리가 보는 대로다.

정부가 살림살이 하나 제대로 못해 빚더미에 앉아 국제통화기금 (IMF) 의 통제를 받게 되고 외국인 경제고문까지 두게 됐다.

매번 효율적인 정부를 외치며 개혁을 한다던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부조직 개편이 껍데기 개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직을 축소한다면서 인원과 기능은 그대로 갖고 있으니 효율이 떨어지고 규제는 더 늘어났다.

정권 중반기가 되면 각종 명목을 붙여 줄였던 기구를 다시 부활시킨 예도 종종 있었다.

현정부만 해도 청와대를 축소한다고 해놓고 더 늘렸으며 전체 공무원수만 해도 5만여명이 더 늘어났다.

왜 개편해야 하느냐에 대한 개혁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과거 같이 된다면 변화한 환경이 우리를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세계화.지방화.정보화의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조직개편에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계화를 몰라 국제금융시장에 휘둘려 국가부도 직전에까지 놓이게 됐다.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데 중앙집권시절의 내무부는 그대로 있다.

정보화라 하니 정보통신부를 만들어 비효율과 규제만 양산했다.

개편의 정신은 시장경제와 민간부문을 진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규제하고 군림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이러한 정부를 기업가 정신의 행정부라고 불렀다.

정부가 기업가들의 방식대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규모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번 1차시안은 큰 테두리로 보면 규모를 줄이고 기관장의 직급도 낮추려 애쓴 흔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명분과 정치적 고려 등에 매여 단호하게 칼질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기능적으로 유기적인 연결이 안된 부분도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인사권과 예산권을 놓고 정리가 안된 점이다.

국민회의측과 자민련은 이를 놓고 내부적인 갈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직제가 선거때의 약속 등 정치적 고려보다 효율성에 입각해 결정되기를 바란다.

예산권은 재정경제원의 비대화가 문제됐기 때문에 옮기되 대통령제라는 점에서 미국 예산관리처처럼 대통령실 소속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인사위원회는 그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나 총무처의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총리실에 두는 것이 좋겠다.

통상외교는 기능적으로 보면 외무부로 합치는 것이 옳다.

다만 재경원처럼 외무부의 비대화가 문제다.

정부 안에서도 소문난 외무부의 고자세와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과제가 남는다.

내무부 역시 지방자치가 전면 실시되는 마당에 이름만 자치부로 바꿔 독립부처로 있을 필요가 없다.

총무처와 합치는 안이 합리적이다.

교육분야와 문체분야는 통합돼야 한다.

전국의 도서관이나 박물관만 보더라도 양쪽이 중복관장하고 있다.

청소년정책과 교육정책의 중복 등 두 부처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특히 교육부 기능의 축소는 세계적 대세다.

오늘 한국교육의 실패는 교육부의 관료주의 때문이라는 원성을 참작해야 한다.

과학기술처.정보통신부.통상산업부간의 업무중복은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

차제에 한 부처로 과감하게 흡수시켜 첨단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물관리 문제만 해도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별도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차제에 통합해 줘야 한다.

해양수산부.농림부는 그때그때 편리에 따라 합치고 나눌 것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정무2장관실을 여성부로 남긴다는 발상은 다분히 인기정책이다.

위원회 정도로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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