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금리에 흑자도산 기업 속출…월 7% 사채·월 3% 당좌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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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월 7% 사채 (私債)' '월 3% 수준의 당좌대출' .우리 기업들이 쓰고 있는 돈의 현주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고금리 (高金利) 행진이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내리누르고 있다.

환율이 올라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면서도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몇개 대기업을 빼고는 다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고금리 처방이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실세금리가 연평균 25%로 유지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로 하락하고 어음부도율은 지난해 (평균 0.3%) 의 2.8배 수준인 0.84%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부도율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실업률도 적어도 6.5%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해 IMF가 제시한 1.5%대의 성장목표마저 달성할 수 없는 극심한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15일 자금시장에서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연 23.5%로 전날보다 0.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고 91일짜리 기업어음 (CP) 유통수익률 (연 26.67%) 도 전날 수준을 지키는 등 안정세를 보였으나 설연휴를 앞두고 추가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대출을 계속 제한하고 있고 종금사들도 이달말의 경영평가에 대비해 대출회수에 나서고 있어 기업의 실제 자금조달 비용은 지표금리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기업이 급전 (急錢) 이 필요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은행의 당좌대출금리도 연 32~33%에 달하고 있는데 이것도 1월초의 연 38%에서 많이 낮아진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3개월짜리 단기자금을 조달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CP의 경우 5대 재벌의 몇몇 주력기업들만 발행하고 있고 회사채도 일부 우량기업체들만 발행하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모두 3천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었으나 대우중공업 등이 발행한 우량회사채 5백억원어치만 시장에서 소화됐다.

S은행 자금부장은 "회사채 발행금리가 연 22~25%로 높아져 장기자금을 쓰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 이라며 "그런데도 당장 현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 스스로 자금사정을 더 나쁘게 만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채 (私債) 금리도 월 7%수준으로 뛰어올랐지만 그나마 10대 재벌계열의 우량기업들만 이용이 가능해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은행대출 연체율도 점점 높아져 지난해 10월 5.2%수준에서 최근에는 6%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당장 우량 금융기관만이라도 대출금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 주고▶기업에 대출을 많이 해주는 은행에 한국은행의 지원을 늘리는 등 대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李炳旭) 금융재정실장은 "그때 그때 임시방편적인 강제조치보다 은행이 기업에 스스로 대출을 해주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고 말했다.

남윤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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