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도전한다]4.폼텍 한국지사장 김호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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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편안히 정년퇴직을 준비해도 될만한 여건을 갖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했기 때문에 제2의 인생에 도전했습니다." 손자의 재롱을 즐길 나이에 과감하게 벤처사업에 뛰어든 김호집 (金浩集.63) 씨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흔치 않은 노장 (老將) 벤처기업가다.

金씨는 미국 위성제작업체 록히드마틴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이 회사가 투자한 첨단산업 분야 벤처기업인 폼텍 (FormTek) 의 한국지사장 근무를 자청해 이달말 국내에 진출한다.

그가 뛰어든 분야는 건설.자동차설계.항공기제작 분야 등 복잡하고 방대한 사업을 일사분란하게 처리하는데 필요한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예를 들어 거대 조직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결재를 서두르다 보면 관련 부서와 업무 연락이 어긋나 엉뚱한 결과를 낳기 쉽지만 이 소프트웨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다.

金씨는 이 소프트웨어를 국내 기업에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를 맞아 한국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를 높이는 일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를 위한 수단이 전자상거래와 관련 소프트웨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金씨는 "대형 사업을 한치의 착오도 없이 진행하는 상당수 미국 기업을 보고 한국기업도 그렇게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폼텍제품 ( '오라이언' ) 의 한국내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고 밝혔다.

오라이언의 한글화 작업을 지휘중인 그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사업이 커지면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쌓이는 전자우편.팩스.설계도면 등 문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서와 직급.프로젝트 등에 따라 문서를 적절히 공유하면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림건설은 96년 중국.태국.중동 등에 흩어진 대형 공사를 수행하는데 상당히 고생했으나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공사비 23억달러의 정유공장 건설을 수주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57년 유학 길에 올라 뉴욕시립대에서 MBA를 수료한 뒤 30여년간 미국 대기업에서 일한 金씨는 자신이 국제화된 한국인일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실리콘밸리 = 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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