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집권 10년, 김정일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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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이신 김일성 동지께서 1994년 7월 8일 두 시에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온 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알린다."(조선중앙방송)

8일은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사망 10주기다. 이는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 10주년을 뜻한다.

히스토리 채널은 8일 '북한 특집'을 마련해 김정일 위원장 체제의 북한에 대해 조명한다. 미국 히스토리 채널에서 지난해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를 두차례(오전.오후 8시)에 걸쳐 연속 방영한다.

94년 권력 승계시 '지도자 자질이 없는 괴짜'라며 저평가되었던 김정일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나 2002년 한국군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 교전 도발, 2003년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와 핵보유 인정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부 '국제사회가 본 김정일'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내리는 그에 대한 평가를 모았다. 추운 날 길거리에서 고생하는 여자 교통 순경을 보고는 제복을 따뜻한 것으로 바꿔주도록 지시하는 자상함의 다른 한편에는 최측근 경호원을 느닷없이 하루 16시간 노동하는 수용소로 보내버리는 냉혹함이 존재한다. '대부' '13일의 금요일' '글레디에이터' 등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는 면모도 소개된다.

2부 '정적의 땅, 북한'은 쥐를 잡아먹어야 할 정도로 기근에 시달리고, 한국 가요 '홍도야 울지마라'를 불렀다는 이유로 수용소로 끌려가 성고문을 당하는 암울한 현실을 다룬다. 미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지만 8명의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사실성을 더하려 애썼다. 그러나 두 편 모두 명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을 유보한다.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지의 몽타주를 그릴 뿐이다.

"그는 아주 영리합니다. 철저히 잔인하기도 하고요."(릴리 전 주한 미 대사) "대화를 해보니 아주 합리적이에요."(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늙어가는 록스타 같았습니다. 우리 관심을 끌려 하더라고요."(해럴드 고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외모 콤플렉스가 있죠. 작고 뚱뚱한 몸매를 감추려 복장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신상옥 감독)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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