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4단계 경보 … 세계적 전염병 될 위험 매우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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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인플루엔자의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현재 멕시코의 사망자 숫자는 150명을 넘어섰고, 미국의 감염자는 하루 만에 두 배가 됐다. 감염 환자가 발생한 나라도 멕시코·미국·캐나다·스페인·영국·이스라엘·뉴질랜드 7개국으로 늘었다. 멕시코의 호세 앙헬 코르도바 보건장관은 “우리는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며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은 “돼지 인플루엔자 확산이 위험한 단계에 돌입했다”고 경고했다.

◆WHO 전염병 경보 격상=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 전염병 경보 수준을 4단계로 올렸다. 동물에서 비롯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염돼 소규모 집단에서 발병을 일으키고 있는 단계다. WHO 웹사이트에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번질 위험이 현저히 증가했음을 나타내는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WHO가 전염병 경보 수준을 4단계 이상으로 올린 것은 2005년 이 제도를 만든 이래 처음이다. 5단계는 한 대륙 내에서 바이러스가 2개국 이상으로 확산할 경우, 가장 높은 6단계는 바이러스가 두 개 이상의 대륙에서 집단 발병을 일으킬 경우 발령된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현시점에서 돼지 인플루엔자의 (완벽한) 봉쇄는 가능하지 않다”며 “상황 악화를 막는 데 주력해 달라”고 각국에 주문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각국 대응수위 올려=미국 국무부는 앞으로 3개월간 가능한 한 멕시코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여행 경보’를 27일 발령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체코에 이어 프랑스 정부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멕시코 여행을 자제하라”고 자국민들에게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28일 돼지 인플루엔자의 위험수위를 전염위험이 높은 4단계로 격상했다. 또 멕시코인의 입국비자 면제조치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서는 미국·멕시코·영국·프랑스·스페인·뉴질랜드 등지에서 들어온 모든 항공기를 대상으로 기내 검역이 실시되고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병 당시와 같은 비상 조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우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돼지 인플루엔자 환자나 감염 의심자는 없다. 하지만 최근 산시(陝西)성 란톈(藍田)현 첸웨이(前衛)진 중학교에서 학생 100여 명이 집단 독감 증세를 보여 이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돼지 인플루엔자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도쿄=박소영,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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