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사자 58년 만에 유해 수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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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경북 포항 일대에서 해병대 전사자를 포함한 국군장병 유해가 58년 만에 수습됐다. 해병대사령부는 28일 “지난달 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7주간에 걸쳐 유해발굴 작전을 벌여 유해 79구와 유품 827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해병대 전사자의 유해가 군 당국에 의해 수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병대 측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포항에 주둔하는 해병 제1사단에 노(老) 해병의 전화가 걸려 왔다. 6·25에 참전했다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찾아 달라는 탁학명(78·해병 3기)씨의 호소였다. 탁씨는 6·25 이듬해인 1951년 1~2월에 격전이 벌어졌던 경북 영덕 청송지구 전투에 참전했다. 탁씨는 “당시 전투에서 해병 소대장을 포함한 전우 5명이 북한군에 의해 장기가 나올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된 뒤 알몸으로 버려진 것을 발견하고 시신을 가매장했다”고 말했다. “철수를 하면서 매장한 것이라 주변 나무를 잘라 표식을 해둔 채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해병대는 즉각 위치 확인에 나섰고 주민 도움으로 청송군 팔각산 골짜기에서 유해 4구를 발견했다. 1구는 이미 수습된 상태였다고 한다. 탁씨의 말대로 유해 주변에는 유품이 없었다. 당시 북한군이 전리품으로 군복까지 모두 벗겨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60년 가까이 알몸으로 강산에 방치됐던 노병들의 유해는 이렇게 해서 가족들의 품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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