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뉴스] “함께 자살하자” 10대 꾀어 성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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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대생 A씨(19)는 이달 중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자살 관련 블로그에 접속했다. 당시 A씨는 자살을 결심한 상태였다. 잠시 후 ‘나와 함께 죽자. 도와주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블로그 운영자 정모(32)씨가 보낸 것이었다. 두 사람은 쪽지를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고 23일 오후 9시쯤 서울 서초동의 한 모텔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정씨는 A씨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죽어서 처녀귀신이 되면 안 된다”며 성폭행했다. 이어 A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다음 날 오후 8시쯤 정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한 여고생 B양(17)을 같은 방법으로 모텔로 유인했다. 그는 B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다 역시 미수에 그쳤다.

정씨의 범행은 가출한 딸을 찾아 달라는 A씨 가족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은 “딸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A씨를 찾아냈다. A씨로부터 범행을 파악하게 된 경찰은 서초동의 한 PC방에 있던 정씨를 붙잡았다. 정씨는 검거 당시에도 자살 블로그에 접속해 범행 대상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정씨를 촉탁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28일 구속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성폭행을 목적으로 A씨 등을 만났던 것은 아니다. 함께 자살하려는 마음이 실제로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정씨가 두 차례나 동일한 수법으로 성폭행과 살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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