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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삼성 ‘럭비공’ 미첼 폭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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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칼 미첼이 26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이상민의 마크를 피해 레이업 슛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2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KCC의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

4쿼터 중반 KCC의 외국인 선수 칼 미첼이 번쩍 날아오르더니 덩크슛을 내리꽂았다. 골대가 흔들거릴 정도로 강력한 슬램덩크였다. 삼성 쪽으로 흐르던 분위기는 일순간에 확 바뀌었다.

신이 난 미첼은 코트 이곳저곳에서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듯 상대 수비를 달고 3점슛을 꽂았다. 미첼은 이날 39득점에 15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그의 3점슛에 KCC가 살아났고, 그의 슬램덩크에 삼성이 무너졌다. 팀의 에이스 외국인 선수 마이카 브랜드에게 눌려 지내던 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어깨를 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그는 다음 날 열린 5차전에선 단 2득점에 그쳤다. 노마크 슛도 번번이 실패했다. 파울을 불어주지 않는다고 심판에게 거푸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로 퇴장까지 당했다. 전날 “미첼 때문에 이겼다”고 했던 허재 감독은 “미첼 때문에 졌다”고 말했다.

KCC 정찬영 사무국장은 “경기 후 라커룸에 가보니 미첼은 너무 미안해서 멍한 상태더라. 다른 선수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첼은 코트 밖에선 다혈질 선수가 아니다. 팬들에게도 상냥하고 팀 동료들도 모두 그를 좋아한다. 그러나 코트에만 서면 럭비공처럼 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다.

미첼은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테크니컬 파울 2개로 퇴장당했다. 경기장 밖으로 쫓겨 나가던 그는 관중석을 향해 손으로 목을 긋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 원주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 사무국장은 “상대가 비겁한 파울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기준에 파울인데 심판이 외면하면 그걸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래 성격이 좋은 선수인 데다 경기 후 진심으로 뉘우쳐 혼을 내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는 또 “폭발력도 있고 승부욕이 강하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이기지 못하면 경기에 이기지 못한다. 미첼은 승부욕에다 엄청난 점프력·슈팅력까지 겸비했지만 챔피언결정전 평균 득점은 14.6점에 불과하다. KCC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브랜드(20.6득점)와 평균 득점을 합하면 35.2점이다. 삼성의 두 외국인 선수가 기록한 득점(40.2점)보다 5점이나 뒤진다.

게다가 KCC는 하승진이 발목을 다쳐 29일 열릴 6차전에서 큰 활약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차전을 앞둔 KCC와 삼성은 모두 미첼이 폭발하기를 바란다. KCC는 미첼의 슛이, 삼성은 미첼의 분노가 폭발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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