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심할때 아닌데"…IMF간부들 느슨한 개혁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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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IMF 간부들이 요즘 이사회 등에서 심각히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의 안심 분위기' 라고 한다.

약 10%에 불과하던 단기채무 상환연장 비율이 최근 60~70%까지 올라갔고 어떤 날은 1백%에 이른 날도 있다는 한국에서의 보도가 예컨대 대표적인 걱정거리다.

이는 한국 신용이 회복돼서가 아니라 채무재조정 협상시간이 필요해 한달.두달 가고 있는 것일 뿐인데 이를 위기탈출의 신호로 받아들였다간 협상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IMF가 더 하고 있다.

이와 관련, "IMF처방은 잘못됐다" 는 저명 경제학자들의 비판내용이 한국에 잘못 알려져 엉뚱한 분야에서까지 재협상론이 고개를 들지나 않을까 하는 것도 우려된다.

IMF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긴축정책이 지나쳐 성장잠재력마저 다칠지 모른다" 는 것이다.

국내에 자주 인용되고 있는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논조,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IBRD) 수석부총재의 최근 발언 등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의 주장이 "IMF의 통화.재정.물가 목표치가 너무 엄격해 멕시코와는 다른 고성장 아시아 국가들에는 오히려 해가 된다" 는 것이다.

"금융.노동시장과 기업경영 행태의 개혁요구가 잘못됐다" 는 주장은 한군데서도 나온 적이 없다.

그런데도 앞뒤 다 빼고 "IMF처방은 잘못됐다더라" 고만 전해졌다면 큰일이다.

둘째는 "IMF가 구제금융에 나서면 안된다" 는 것이다.

"그냥 국가가 부도나도록 내버려두라" 는 주장이다.

미 의회 일부, 헤리티지 재단 등 워싱턴의 보수적인 싱크탱크 등의 논지다.

위기에 빠지면 구제금융을 주겠거니 하는 생각에 멕시코.한국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부도를 방치해야 악순환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소름끼치는 논리고, 만일 우리가 개혁을 늦추는 낌새를 보였다간 2월초 미 의회청문회를 앞두고 이들의 논리가 득세하고 만다.

노사정 (勞使政) 협의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자못 불길하다.

멕시코는 95년 1월 구제금융을 받아 한숨 돌리는가 했다 그 해 11월 첫 위기때와 맞먹는 '2차 지진 (地震)' 에 강타당했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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