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시, 인어공주상 절단 못하게 다시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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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성의 성적 환상을 무너뜨리기 위해' '엉터리 예술에 대한 항의' 로 아름다운 인어공주가 두번이나 목이 잘리는 참담한 수난을 겪고 있다.

덴마크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찾아보게되는 코펜하겐 항구의 명물 인어공주상이 64년 한번 목이 잘린데 이어 지난주 다시 '참수 (斬首)' 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인어상 절단사건을 수사중인 덴마크 경찰은 8일 (현지시간) 급진여성운동파 (RFF) 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남성들의 성적 환상에 항의하기 위해" 이번 일을 저질렀으며 다음번에는 "남성들의 성기를 절단하겠다" 는 내용의 팩스를 전해왔다고 발표했다.

이 인어상은 지난 64년 4월에도 목이 잘린 바 있다.

이 사건은 33년만인 지난해 10월 덴마크의 화가 헨릭 브룬이 사망 직전 친구들에게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찬 엉터리 예술에 항의하기 위해" 자신이 동상의 목을 잘랐다고 실토함으로써 범인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편 동상을 관리하는 코펜하겐 시의회는 새로 복원되는 인어상은 지금처럼 속이 빈 주물방식 대신 절단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견고하게 제작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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