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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도력 상실이 위기주범" KDI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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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경원 산하 한국개발연구원 (KDI).조세연구원 등은 대통령직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경제파탄을 '국가리더십 상실' 때문으로 규정하며 공무원 신분보장 철폐 등 혁신적 조치를 건의했다.

보고서 내용과 함께 관변 연구단체가 관할 정부부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출한 점도 파문을 더하고 있다.

특히 KDI측은 98년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성장으로 분석해 현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3%, 올 1월에 1~2%로 발표한 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처음 제기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KDI는 11일 인수위에 제출한 대외비 보고서를 통해 "현 경제위기는 국가리더십의 상실로 인해 이익집단 갈등을 조정하는 데 완전 실패한 때문" 이라며 사실상 대통령 실정책임을 처음 제기했다.

보고서는 또 "새 정권은 책임과 보상이 분명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며 경제실정의 책임부재 상황도 비판하고는 "갈수록 효율성이 상실되는 공무원의 종신고용제와 신분보장제는 완전 폐지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KDI는 이어 "98년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인 1~3%보다 나쁜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다" "99년 이후에야 성장 5~6%, 물가 3%내외, 균형내지 소폭의 경상수지 흑자유지가 예상된다" 면서 올 1~2% 성장률, 경상수지 30억달러 흑자목표를 내놓은 현 정부의 기조를 완전히 뒤엎고 있다.

조세연구원도 대외비 보고서를 통해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와 준정부부문 (정부투자기관.출연기관) 이 지나치게 비대한 게 (경제위기의) 중요한 요인" 이라며 스스로의 '고통분담' 을 촉구했다.

조세연구원은 "실명제 보완 명분으로 취해진 금융소득 분리과세로 대다수 국민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납세자가 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라" 고 촉구했다.

KDI와 조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재경원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 (M&A)에 대해서도 자유화 (KDI) , 즉각 허용 (조세연구원) 을 공통촉구해 현 정부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인수위는 그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보고내용이 소관부처에 의해 왜곡돼 왔다고 판단, 직접 자료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인수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부측이 KDI 등의 각종 연구결과를 어떤 판단에서 '수정' 했는지 또는 묵살했는지가 향후 조사의 초점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KDI 등이 정부눈치만 보다 뒤늦게 면피성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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