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할부금융 대출중단 원인과 파장…대출자 8만여명 추가부담 1천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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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아파트 입주예정자와 주택업체들을 '파산위기' 로 내몰고 있다.

당국이 외환위기와 일반 시중은행.종합금융사 구조조정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아파트 중도금 및 잔금을 대출해 주는 할부금융사의 자금줄이 막혀 주택 관련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할부금융사들의 주요 자금줄인 종합금융사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리거나 자구책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주택할부금융사들에 돈을 빌려주던 종금사들이 일제히 대출을 중단한 게 원인이다.

문제는 정부가 조만간 아파트 중도금.잔금 대출중단과 관련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파장이 일파만파 (一波萬波) 로 확대될 것이라는 데 있다.

중도금 수납 등을 감안해 사업을 추진하는 주택업체들의 경우 당초 계획된 중도금 등이 제때 안들어오면 자금난에 몰려 부도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업체인 C주택업체 金모 (50) 이사는 "보통 중도금 납부율은 70~80%정도 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중도금 회수율이 43%밖에 되지 않아 공사비를 연 37~38%의 고금리를 부담하면서 끌어쓰고 있는 형편" 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그룹계열 주택업체 등 대형건설업체는 그런대로 돈 빌리기가 쉬운 편이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이마저도 어려워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에선 '3월 대란설' 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동안 일반할부 및 주택할부금융회사로부터 중도금대출을 받은 12만여명의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당황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할부금융 대출금으로 중도금을 내고 나중에 입주하면 현재 살고 있는 전세집을 빼 잔금을 지불한다는 복안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중도금 대출이 막힌데다 이미 대출받은 중도금 이자와 분양대금 연체료 금리도 2~6%포인트 오르게 돼 소비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1월말부터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율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주택할부금융사들이 대출해준 돈은 1조7천억원, 대출받은 사람들은 8만여명. 이자율이 당초 13%선에서 19%선으로 6%포인트 오르게 되면 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만도 줄잡아 연 1천20억원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주택업체들이 도산하게 되면 아파트입주도 지연돼 입주예정자들은 이중삼중의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0개 주택할부금융사로 구성된 주택할부금융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재경원.건교부.한은 등 관계 요로에 주택할부금융업계에 대한 정책자금지원, 회사채배정확대 및 인수지원, 주택저당채권조기발행 등을 건의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배려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진모 (吳鎭模)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일반인의 주택자금줄인 할부금융사까지 파산할 경우 엄청난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며 “주택은행이 국민주택기금 등을 동원해 할부금융사에 돈을 대주는 방법으로 중도금 및 잔금대출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손용태·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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