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고사 문제 <인문계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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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음 제시문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과 김구 선생의 글이다.

최근 들어 경제발전에는 경제적 요소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소들도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문에 나타난 견해들이 서로 어떻게 결합되는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우리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가) 옛날에는 사치가 욕심에서 생겼는데, 후세에 와서는 사치가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이 사치에서 생겼다.

'서경' 에, "하늘이 사람을 낳았는데 누구나 욕심이 있다" 고 했다.

욕심이란 눈, 코, 귀, 입, 사지의 바라는 바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모두를 끊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므로 재물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옛 습관을 따르다 보면, 혹 분수에 지나쳐서 사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자신의 수레나 말, 의복이나 집, 음식등이 다른 사람만 못하면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자신은 아무 것도 없으면서 겉치레에 급급하여 오직 다른 사람만 못할까 두려워 한다.

가난한 선비가 집에서는 채소를 먹다가도 다른 사람을 대하면 성찬을 차려내는 것이나, 또 가난한 집 여자가 집에 있을 때는 때묻은 옷을 입고 있다가도 손님을 맞이하면 성대하게 화장하는 것은 모두 겉치레를 힘쓰는 풍속이다.

지금 세상에서는 바야흐로 문벌을 숭상하여, 높은 벼슬아치의 자식들은 반드시 높은 벼슬아치가 되고, 재산으로 교만을 부리는 집에서 태어나면 죽어서도 재산으로 교만을 부리니, 이런 상황이 점점 심해져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비록 토지도 없고 녹봉도 없는 집안이라도 질박하고 검소한 것을 꺼려, 죽어도 이런 집과 더불어 사귀고 혼인을 맺어 반드시 그들에게 기대려고 하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사치는 반드시 재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물이 부족하면 온갖 계책으로 구하니, 거기에서 불의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므로 사치는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은 사치에서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나라가 믿고 의지하는 것은 백성이고, 백성이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재물이다.

재물을 풍족하게 하려면 탐욕을 없애는 일만한 것이 없고, 탐욕을 그치게 하는데는 검소함을 숭상하는 일보다 나은 것이 없다.

검소함을 숭상하는 길은 또 어디에 있는가? 현명한 사람을 먼저 등용하고 문벌을 가리지 말며, 재물을 만드는 일의 어려움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일찍이 절을 지나가다가 종이 만드는 일이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을 보았다.

이후로는 종이를 쓸때면 반드시 그 어려움을 생각한다.

종이 만드는 일이 이럴진대 하물며 농사짓는 일이나 베 짜는 일이야 어떻겠는가? - 이익, '성호사설' - 무릇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근본을 밝히는 것이지 말단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은 줄어들고 성과는 큽니다.

지금 얘기하는 사람치고 "사치가 나날이 심해진다" 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나, 제가 보기에는 그 근본을 모르는 말입니다.

대체로 보아서 다른 나라는 정말로 사치 때문에 망했으나, 우리 나라는 검소함으로써 쇠약해졌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무늬 있는 비단옷을 입지 않으니 나라 안에 비단 짜는 기계가 없고, 그렇게 되니 여공 (길쌈이나 베짜기 등의 일) 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숭상하지 않으니, 오음과 육률이 화합하지 못합니다.

물이 새는 배를 타고, 씻기지도 않은 말을 타며, 이지러진 그릇에 밥을 먹고, 흙먼지 나는 방에서 거처하니, 물건 만드는 일이나 목축업 또는 질그릇 굽는 일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농사가 황폐해져 그 법을 잃었고, 장사는 이익이 적어서 그 업을 잃었습니다.

모든 백성이 다 곤궁하여 서로 도울 수 없게 되니, 저들 가난한 사람들을 비록 매일같이 사치하라고 다그쳐도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예를 거행하는 대궐의 뜰에 거적을 깔았고, 동서 대궐문을 지키는 위병은 무명옷을 입고 새끼줄을 매고 있으니, 신은 이것이 진실로 부끄럽습니다.

여기에 대한 계책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일반인의 집 대문이 높으면 헐어버리고,가죽신을 신은 평민은 잡아가며, 말몰이꾼이 좋은 방한모를 쓴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것은 말단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닙니까? - 박제가, '북학의' - (나) 백성들의 작은 의견은 이해관계로 결정되거니와,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과 철학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이 생긴다.

국민성을 보존하는 것이나 수정하고 향상하는 것이 문화와 교육의 힘이요, 산업의 방향도 문화와 교육으로 결정됨이 큰 까닭이다.

교육이란 결코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기초가 되는 것은 우주와 인생과 정치에 대한 철학이다.

어떠한 철학의 기초 위에, 어떠한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국민교육이다. 그러므로 좋은 민주주의의 정치는 좋은 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

건전한 철학의 기초 위에 서지 아니한 지식과 기술의 교육은 그 개인과 그를 포함한 국가에 해가 된다.

인류 전체를 보아도 그러하다.

〈중략〉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 (富力) 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 (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 나라에서, 우리 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의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 교육의 완비다.

내가 위에서 자유의 나라를 강조하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 이 때문이다.

최고 문화 건설의 사명을 달할 민족은 일언이폐지하면, 모두 성인을 만드는 데 있다.

대한 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

- 김구, '나의 소원' -

〈유의사항〉▶1, 600자 안팎으로 쓸 것. ▶가급적 제시문을 그대로 옮기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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