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독도 지킴이로 뛰다 숨진 서울대생 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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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알리기 위한 국토 종단 달리기를 하다 숨진 김도건군. 독도 알리기 국토 종단을 앞둔 2월 중순 서울대 대운동장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김청수(52)·양금옥(46)씨 부부는 서울대에 50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26일 밝혔다. 서울대 동아리 ‘독도 레이서’에서 활동하다 올 2월 숨진 김도건(20·조선해양공학과)군의 부모다.

김군은 2월 23일 밤 경북 영덕군의 한 국도에서 음주 운전자가 몰던 트럭에 치여 숨졌다. 독도 레이서가 독도를 알리기 위해 연 ‘독도가 달린다’ 행사에 참여하던 중이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350㎞는 자전거 타기와 이어달리기로, 포항에서 독도까지는 배편으로 잇는 여정이었다. 동아리는 국민이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아 찍은 발도장 500여 개를 독도 경비대에 전달할 계획이었다. 김군은 육로 종착지인 포항을 30㎞ 앞두고 사고를 당한 것이다.

1남1녀 중 둘째로 마산에서 자란 그는 바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선박 제조 회사에 다니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선소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었다. 조선해양공학과에 입학해서도 국가 장학금으로 1학년 때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성적이 뛰어나 교재 구입비 5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기도 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조선소 사장이 돼 엄마·아빠에게 배 한 척씩을 선물하겠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고 떠올렸다.

김씨 부부가 장학금을 기부한 것은 아들의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장학금은 아들이 숨진 뒤 받은 보상금·성금 등으로 마련했다. 양씨는 “우리 아들을 대신해 후배들이 바다와 배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 도건이의 이름이 따뜻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 기부금으로 ‘김도건 장학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조선해양공학과 학생 2명이 매 학기 장학금을 받게 된다. 서울대발전기금 남익현 상임이사는 “나라를 위한 순수한 열정을 지녔던 김군의 뜻을 후학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김군의 모교인 경남 마산중앙고에도 학교개발기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독도레이서는 김군의 장례식 뒤 달리기를 계속해 2월 29일 독도를 밟았다. 8월 15일부터 내년 7월까지는 40여 개국을 돌며 독도 알리기 행사를 연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잘못 표기한 기구를 찾아가 항의의 뜻을 전하고, 해외 대학생들과 독도와 관련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동아리 리더 한상엽(25·중어중문학과 03학번)씨는 “전 세계에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 도건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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