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금융 '응답없는 119'…은행들 신용장 기피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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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들은 새해 들어서도 수출입 금융마비 상태가 풀리지 않아 운영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은행이 10만달러 이하의 일람불 수출신용장에 한해 신용상태에 따라 간헐적으로 네고를 해주고 있을뿐만 아니라 수입신용장은 수입대금을 전액 예치하지 않는 이상 개설되지 않고 있다.

S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 2천만달러 이상의 신용장 네고 물량을 갖고 있으나 일부 거래은행은 지점별로 네고 한도액을 5만달러로 제한해 사실상 네고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대기업 계열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모 석유화학업체는 새해 들어 수출대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월평균 1천3백만달러 규모를 수출하고 있으나 이중 60일 이상의 유전스 신용장 (수출환어음) 방식으로 수출한 1천만달러 정도의 대금이 묶여 있다.

게다가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수입신용장 개설이 막혀 수입대금만큼의 현금을 거래은행에 예치하거나 거래업체와 직접 현금결제 (T/T) 방식을 취하고 있어 현금결제 부담만 늘고 있다.

D그룹의 재무담당임원은 "수출대금이 회전되지 않는 상태에서 원화자금의 신규차입도 어려워 기업체의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다" 며 "은행평가시 네고 실적을 반영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지난해말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을 맞췄으나 보유외환이 턱없이 부족해 수출신용장 매입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외환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인데다 신규 외화차입이 어려워 기업들에 대한 수출입 금융지원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고 말했다.

고윤희.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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