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하자 생기면 판매상이 물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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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A씨는 지난해 10월 1996년식 중고 자동차를 330만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중고차를 산 다음날 운전을 하다 변속기가 고장나 수리비 100여만원을 주고 차를 고쳤다. A씨는 중고차 판매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업자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배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고차를 산 뒤 뒤늦게 차량 결함이나 사고 경력을 발견했을 때도 판매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던 중고차 매매와 관련된 표준 계약서를 고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중고차를 인수한 뒤 차에 고장이 생기면 원인에 관계없이 무조건 운전자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중고자동차 매매 계약서'가 불공정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건설교통부에 관련 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건설교통부는 자동차 등록 규칙을 조만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업자들은 대부분 건교부가 만든 규칙에 정해진 서식대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판매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돼 있는 계약서 때문에 민사소송을 해도 소비자가 이기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판매업자가 중고차의 결함이나 사고 경력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판매업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개별적인 피해보상은 판매업자와 협의하거나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중고차 문제로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상담은 2001년 4211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618건으로 늘어났다. 불만 상담의 60%는 중고차를 산 뒤 뒤늦게 하자를 발견했거나 허위로 기재한 점검 기록부를 받은 경우 등이다. 지난해 중고차 판매대수는 신차 판매대수의 89%인 117만3000대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쌓이면 결국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줄어 판매업자도 손해를 본다"며 "앞으로 소비자가 중고차를 살 때 차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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