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꿈나무] 카드에 적힌 이름들, 범인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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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침묵의 카드 게임
E.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비룡소
332쪽, 9500원

미국의 인기 청소년 소설 작가 코닉스 버그의 작품이다. 배다른 아기 여동생을 식물 인간 상태로 만들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실어증에 걸린 친구 브란웰을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열네 살 소년 코너의 이야기다.

청소년 보호소에 수감된 브란웰을 대신해 코너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고 나선다. 평소 자신들만이 아는 암호 같은 언어로 소통하기 좋아했던 두 사람. 코너는 식물 인간이 되어 눈만 깜빡일 수 있는 사람이 책을 썼다는 방법에 착안해 단어가 적힌 카드를 만들어 브란웰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주변 인물들을 카드에 적고 브란웰이 지목하는 카드에 따라 수사를 벌이는 것이다. 코너가 만든 카드들은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실마리가 되고 브란웰이 침묵했던 ‘진짜’이유에 접근하는 열쇠가 된다. 코너의 배다른 누나 마거릿이 옆에서 도움을 주면서 니키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범인은 누구이고 브란웰이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비밀은 무엇인지 코너의 추적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인공들을 언어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설정해 청소년 입장에서 보는 어른들의 모습과 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꼬집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지은이는 1968년 처음 출판한 『클로디아의 비밀』『내 친구가 마녀래요』가 미국 어린이 문학상인 뉴베리 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 각각 뉴베리상과 뉴베리 명예상을 석권하고 1997년 『퀴즈 왕들의 비밀』로 또 다시 뉴베리 상을 거머쥔 청소년 소설 작가다. 재혼 가정이나 실어증 등 청소년들의 정체성 혼란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속도감있고 재치 있게 풀어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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