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후 처음 중국문화와의 만남…7일부터 예술의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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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70년대초 중국과 수교한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금제 장신궁등 (長信宮燈) 을 선물로 받았다.

물론 정교한 복제품이었지만 높이 48㎝에 온통 금으로 된 이 등롱은 궁녀가 두손으로 다소곳이 등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이 유물이 출토된 것은 1968년. 그해 여름 인민해방군 한 병사가 훈련중에 우연히 발견한 분묘에서 깜짝 놀랄만한 고대유물들이 쏟아져나왔다.

'삼국지' 의 촉왕 유비 (劉備)가 도원결의를 맺고 병사를 일으키면서 자신이 그 후예임을 자처했던 한 (漢) 왕실의 중산왕 (中山王) 이 바로 이 분묘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감숙성 실크로드 위의 고대도시였던 무위현 뇌대 (雷臺) 의 한 분묘에서는 청동 의장대와 함께 근사한 청동말 39마리가 출토됐다.

이말이 흉노와 대치하며 한무제가 탐냈던 서역의 한혈마 (汗血馬) 였다.

달릴 때면 피땀을 흘린다는 말을 중국인의 상상력을 동원해 쏜살같이 나는 제비를 딪고 달려가는 말의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문화의 발굴은 지금도 계속중이다.

그래서인지 고려대 중문과 허세욱 (許世旭) 교수는 "누구든 중국문화를 선뜻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고 말한다.

1백20만점의 유물이 소장된 북경 고궁박물원의 소장품에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나 대영박물관, 루브르미술관과 달리 다른 나라 유물을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중국문화를 말해주는 유물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수교한지 6년째를 맞는 한국에 처음으로 중국문화의 흐름을 말해주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혜림통상.중국 대외문화교류협회와 공동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중국문화대전' 이다.

(예술의전당 미술관 7일~3월29일 02 - 580 - 1132)

북경의 고궁박물관.역사박물관등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소장품이 소개되는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 1천2백여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고대유물.황실가구.도자기및 민속공예.티벳유물.서화, 그리고 소수민족의상으로 구성돼있다.

고대유물실에는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발굴이 계속되고 있는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대표적인 진시황 기마군단의 청동마차가 전시된다.

이 마차는 중국 전체에서 2대가 복제 조립된 것중 하나다.

서화 부문에서는 황희지 글씨 복제본과 소동파의 탁본, 청대의 서비홍 제백석의 작품들이 선보이며 황실가구로서 서태후가 사용한 침대가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품과 유물외에 중국문화를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중국전통기예와 소수민족의 의상패션쇼가 전시기간중 함께 펼쳐진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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