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5번째, 강원도서 또 동반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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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원도 양구에서 또다시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졌다. 동반자살했거나 자살을 기도한 사건은 이달 들어 강원도에서만 다섯 번째다.

23일 오전 11시30분쯤 양구군 양구읍 웅진터널 인근 46번 국도 교차로에 주차된 싼타모 승용차에서 이모(40·서울 중랑구)씨, 박모(19·강원도 춘천시)양 등 4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 김모(59·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박양은 숨져 있었고, 이씨 등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나 중태다. 김씨는 “현장에 가 보니 승용차 밖에 남자 1명이 쓰러져 있었고, 안에 3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 창문에는 청테이프가 부착돼 있었고, 승용차 안에서 타다 남은 연탄과 화덕이 발견됐다. ‘자의로 갑니다’ ‘100% 제 의사로 갑니다’ ‘이렇게 가서 행복합니다’ 등의 글이 적힌 수첩도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의 주소가 모두 다르고, 최근의 다른 사건과 수법이 비슷해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동반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22일 홍천의 한 펜션에서 이모(25·울산시 울주군)씨 등 남녀 5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돼 목숨을 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일행은 22일 오후 7시10분쯤 홍천군 서면 펜션을 찾았다가 주인 홍모(50·여)씨가 동반자살 가능성을 의심하고 신분증을 요구하자 다른 곳으로 떠났다. 홍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바로 지역 내 숙박업소 주인 등 1200여 명에게 ‘회색 렌터카, 남성 3명·여성 2명 투숙자 신고 바람’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30여 분 뒤 오후 7시38분쯤 인근의 펜션 주인 이모(55)씨에게서 ‘메시지 내용과 유사한 남녀 5명이 투숙해 있다’는 두 번째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 동반자살을 막았다. 경찰은 이들이 타고 온 렌터카에서 연탄 6장과 번개탄 15개, 청테이프 등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우모(23· 경기도 시흥시)씨가 이달 중순 한 인터넷 카페에 ‘동반하실 분’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을 보고 18일부터 쪽지를 주고받거나 통화하면서 자살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22일 낮 12시쯤 경기도 안산시 안산역 출구 앞에서 처음 만났다. 강원지방경찰청 김진환 강력계장은 “정선·횡성·인제 사건으로 숨진 사람들끼리 통화한 기록이 있는 등 동반자살 사건 관련자가 서로 엉켜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3일 지방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사이버 수사대에 자살 관련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이 자살 관련 사이트를 발견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즉각 ‘해당 사이트를 폐쇄해 달라’고 요청하고, 방통위는 심사를 거쳐 사이트 폐쇄를 결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을 통해 자살 의사가 교환되는 점에 주목해 이 부분을 집중 분석하고 있으나 자살 관련 온라인 모임이 갈수록 교묘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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